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현재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현재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 처음으로 탈당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6일까지 친박 핵심들의 자진 탈당을 요구한 뒤 첫 탈당이다. 하지만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나머지 의원들은 탈당을 거부해 인적 청산을 놓고 새누리당 내홍이 다시 심화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직전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한다”며 “당의 화평을 기대하고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정무수석을 지낸 이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지난해 8·9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당 대표가 됐으나 지난달 박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친박 핵심 의원들은 탈당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서 의원과 최 의원 등 10여명은 전날 회동에서 인 비대위원장의 탈당 요구를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입장 자료에서 “인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비대위원장 임명 이후 인위적인 숙청 기준을 발표해 당황했고 실망했다”며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의원도 이날 대구시·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못박았다.

건강상 이유로 당 일정에 불참한 인 비대위원장은 3일부터 복귀해 인적 청산을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현 사태에 대해 책임질 분은 크기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 나는 인 비대위원장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며 인적 청산에 힘을 실었다.

친박 의원들이 오는 6일까지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인 비대위원장은 예고한 대로 8일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 비대위원장 방침을 지지해 온 당내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도 성향 의원들의 추가 탈당 선언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개혁보수신당은 오는 8일을 전후로 새누리당 의원 10여명이 탈당해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신당과 같이하겠다고 한 5~6명이 연말연시에 지역 핵심 당원을 만나 분당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난 뒤 탈당할 것”이라며 “창당일인 오는 23일을 전후해 의원들의 합류로 신당 의원 수가 5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