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접속차단 권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천자 칼럼] 접속차단 권리](https://img.hankyung.com/photo/201701/AA.13080479.1.jpg)
접속차단 권리는 2015년 9월 미리암 엘 콤리 프랑스 노동장관의 제안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 회사에서 오는 전화나 이메일 때문에 업무부담이 늘고 있는데도 초과근무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직장인들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었다.
2000년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프랑스가 근로여건 개선에서 또 한걸음 더 나간 셈이다. 노조세력이 강하고 근로자 권리주장에 민감한 선진국의 사례라고 멀리만 볼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당장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퇴근 후 업무카톡 금지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업무 시간 외에 근로자들이 일에서 놓여날 권리를 주장하는 건 자연스럽다. 미래에는 휴가가 휴양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접속단절(unplugged)’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다. 특히 국내에선 주당 근로시간 단축 도입 논의과정에서 보았듯 근로자 권리보다는 추가 임금 확보를 위한 ‘투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내 대기업 일부에서는 지금도 밤 11시까지 휴대폰 단체 메신저방으로 업무를 보는 관행이 있는데 이에 대해 초과근무수당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접속차단 권리’의 대전제는 생산성이다. 근무시간에만 열심히 일해도 생산성이 담보될 때 논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식적인 통계가 많지 않지만 국내 근로자의 업무 몰입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2014년 생산성본부 조사에 따르면 근무시간 중 개인적인 용도로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사용하는 시간은 대체로 30분~1시간이었고 1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직장인도 22.7%나 됐다.
유럽도 논의의 핵심이 이 문제다. 독일에선 대법원이 사내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를 시청한 사원을 해고한 기업의 손을 들어줬고 영국에선 지방공무원들이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해고되는 사례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져야 ‘칼퇴근’과 접속차단도 가능하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