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인공지능 전쟁터…우린 뭘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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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데스크·혁신TF '대변혁의 현장' CES를 가다
자동차·가전·의료·패션…'AI쇼'
한국업체, 주변으로 밀려나
아웃사이더 전락…CES서 한국기업이 '탄핵' 됐나
3차 산업혁명 선도했지만 '안주'…올해의 화두 AI 선점 기업 없어
"스스로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가 파괴된다" 정신 가져야
자동차·가전·의료·패션…'AI쇼'
한국업체, 주변으로 밀려나
아웃사이더 전락…CES서 한국기업이 '탄핵' 됐나
3차 산업혁명 선도했지만 '안주'…올해의 화두 AI 선점 기업 없어
"스스로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가 파괴된다" 정신 가져야
알파고의 위세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있다는 바둑이었다. 그것도 세계 최고수라는 이세돌 9단을 압도해 버렸다. 스스로 진화(deep learning)해야만 가능한 결과였다. 인공지능(AI)은 세계적 화두가 됐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존재하던 ‘생각하는 AI’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란 경계심도 일으켰다.
그때가 작년 3월이었다. 10개월이 지난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에서 AI는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나타날 채비를 끝냈다. 인간과 지적 능력을 겨루는 단순한 AI가 아니다. 자동차에, TV와 가전제품에, 의료기기와 공장기계에, 스포츠 의류에 스며들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간의 동반자로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올해 50회를 맞는 CES의 화두는 단연 AI다. 딥러닝 기반의 AI 구현을 위한 선도적 기술을 갖췄다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4일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그는 전기자동차 1위 업체인 테슬라에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경험을 들어가며 AI가 구현할 새로운 세상을 설명할 예정이다.
CES가 첫 번째 기조연설 주제로 AI를 선택한 것은 이제 AI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는 것을 공식 선언하는 의미를 지닌다. 아마존의 짐꾼로봇 키바(KIVA)와 소프트뱅크의 감정을 읽는 로봇 페퍼(Pepper), 의료분야 등에 투입되고 있는 IBM의 왓슨(Watson)은 AI 그 자체다. 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시범 운행하는 자율주행 택시의 핵심도 AI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ES에서 선보일 스마트홈의 골자도 AI라고 할 수 있다. 세 시간짜리 영화를 몇 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5세대(5G) 통신망도 AI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5일 공식 개막하는 CES에는 380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드론, 전자상거래, 3D 프린팅, 웨어러블, 게임·가상현실, 로보틱, 스마트홈 등 25개 카테고리로 나눠 첨단 제품을 공개한다. 기술은 다르지만 기반은 AI라는 점에서 연결돼 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한국 업체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CES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선보일 TV와 스마트홈은 또 한 번 세계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게 틀림없다. 현대자동차도 전시장 주변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착용식 로봇’도 전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2년 전과는 많이 다르다. 2015년 CES의 첫 기조연설자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였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CES의 중심에 섰다. 올해는 아니다. 왠지 중심에서 비켜난 느낌이다. 올해 화두인 AI를 선점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의 모습은 알파고와 맞짱떴던 이세돌을 꼭 닮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기치 아래 정보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한국이다. 이 기세로 알파고와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3차 산업혁명에 안주하고 있었던 반면, 알파고는 빅데이터와 IoT, AI가 어우러진 4차 산업혁명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3차 산업혁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 따라잡긴 힘들어 보인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최순실 사태’에 발목이 잡혀 움쭉달싹 못하는 신세다.
그래도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절박감으로 무장한 뒤 3차 산업혁명에 안주하려는 안일함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AI 기술의 선도자라는 젠슨 황조차 “안일한 만족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30일 뒤 파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업한다”고 하는 세상이다. 시스코 이사회 의장인 존 체임버스의 말마따나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파괴되고 말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됐다. 한국경제신문이 데스크와 기자 등 9명으로 구성된 혁신TF를 CES와 실리콘밸리에 파견한 것도 파괴당하고 도태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라스베이거스=하영춘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특별취재단=하영춘 부국장(단장), 윤성민 IT과학부장, 정종태 경제부장, 이건호 지식사회부장, 김홍열 국제부장, 노경목·강현우 산업부 기자, 남윤선 IT과학부 기자, 이진욱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
그때가 작년 3월이었다. 10개월이 지난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에서 AI는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나타날 채비를 끝냈다. 인간과 지적 능력을 겨루는 단순한 AI가 아니다. 자동차에, TV와 가전제품에, 의료기기와 공장기계에, 스포츠 의류에 스며들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간의 동반자로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올해 50회를 맞는 CES의 화두는 단연 AI다. 딥러닝 기반의 AI 구현을 위한 선도적 기술을 갖췄다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4일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그는 전기자동차 1위 업체인 테슬라에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경험을 들어가며 AI가 구현할 새로운 세상을 설명할 예정이다.
CES가 첫 번째 기조연설 주제로 AI를 선택한 것은 이제 AI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는 것을 공식 선언하는 의미를 지닌다. 아마존의 짐꾼로봇 키바(KIVA)와 소프트뱅크의 감정을 읽는 로봇 페퍼(Pepper), 의료분야 등에 투입되고 있는 IBM의 왓슨(Watson)은 AI 그 자체다. 우버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시범 운행하는 자율주행 택시의 핵심도 AI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ES에서 선보일 스마트홈의 골자도 AI라고 할 수 있다. 세 시간짜리 영화를 몇 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5세대(5G) 통신망도 AI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5일 공식 개막하는 CES에는 380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드론, 전자상거래, 3D 프린팅, 웨어러블, 게임·가상현실, 로보틱, 스마트홈 등 25개 카테고리로 나눠 첨단 제품을 공개한다. 기술은 다르지만 기반은 AI라는 점에서 연결돼 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한국 업체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CES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선보일 TV와 스마트홈은 또 한 번 세계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게 틀림없다. 현대자동차도 전시장 주변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착용식 로봇’도 전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2년 전과는 많이 다르다. 2015년 CES의 첫 기조연설자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였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CES의 중심에 섰다. 올해는 아니다. 왠지 중심에서 비켜난 느낌이다. 올해 화두인 AI를 선점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의 모습은 알파고와 맞짱떴던 이세돌을 꼭 닮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기치 아래 정보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한국이다. 이 기세로 알파고와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3차 산업혁명에 안주하고 있었던 반면, 알파고는 빅데이터와 IoT, AI가 어우러진 4차 산업혁명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3차 산업혁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한 따라잡긴 힘들어 보인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최순실 사태’에 발목이 잡혀 움쭉달싹 못하는 신세다.
그래도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절박감으로 무장한 뒤 3차 산업혁명에 안주하려는 안일함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AI 기술의 선도자라는 젠슨 황조차 “안일한 만족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30일 뒤 파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업한다”고 하는 세상이다. 시스코 이사회 의장인 존 체임버스의 말마따나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파괴되고 말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됐다. 한국경제신문이 데스크와 기자 등 9명으로 구성된 혁신TF를 CES와 실리콘밸리에 파견한 것도 파괴당하고 도태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라스베이거스=하영춘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특별취재단=하영춘 부국장(단장), 윤성민 IT과학부장, 정종태 경제부장, 이건호 지식사회부장, 김홍열 국제부장, 노경목·강현우 산업부 기자, 남윤선 IT과학부 기자, 이진욱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