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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금융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 올해 금융권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상승과 소비·투자 위축, 한계기업 증가와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취약 업종 구조조정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금리에 상승 압력이 작용하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한계기업과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돼 대출 부실화를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어서다.

대외 여건도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이라는 큰 변수가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서 가뜩이나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국내 경제 회복 지연과 성장성 둔화 가능성으로 은행업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비(非)은행업 상황도 다르지 않다.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제도·금융시장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경영 성과가 좌우된다.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회사는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고,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경쟁 심화에 따른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빅데이터 등 새로운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도 금융회사에 큰 위협 요인이다. 연초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를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 금융산업의 균형추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송금 등 분야에서는 벌써부터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회사의 전통적인 업무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관행적인 영업 공식에 얽매여서는 더 이상 살아남기조차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해는 없었다. 금융회사들은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재창립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멈칫거리다 보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존과 안정적 경영에만 매달렸던 금융회사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 속에서 금융회사들이 퀀텀점프(대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금융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고(高)임금·저(低)효율, 보수적인 조직 문화 등을 털어내는 기회로 삼자는 얘기도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변화들이 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미 새로운 금융 수요도 창출되고 있다. 핀테크 성장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금융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로 종합적인 자산관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 소액 대출 등 각 금융회사는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장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도태와 도약, 기로에 선 한국 금융회사들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신한 등 금융지주 회장 교체 등 내부 변수와 정치 경제 등의 외부 변수 모두가 녹록지 않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