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스웨덴·브라질까지…로펌, 국제중재 잇단 승전보
국내 로펌들이 그동안 불모지던 남미와 북유럽 등에서 연이어 국제중재 승소 소식을 전해왔다. 파리·런던·싱가포르·홍콩 등 전통적인 국제중재지를 넘어 세계 구석구석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중재팀(팀장 윤병철 변호사)은 지난달 17일 브라질에서 가장 큰 중재원인 캐나다브라질상공회의소(CCBC)에서 열린 2000만달러 규모 중재사건에서 완승을 거뒀다. 남미에서 거둔 첫 승소 사례다.

소송 배경은 이렇다. 산업용 기계를 생산하는 현대그룹 계열 A사는 1998년부터 현지 업체 B사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현지 대리점은 브라질 화폐 헤알화의 가치가 급락하자 미수금 지급을 거부했다. A사는 B사와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독점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B사는 이에 반발해 A사가 각종 영업 비용을 제대로 정산해주지 않았다며 2000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그러면서 브라질 현지법상 문제이니 판사 격인 중재인은 브라질 사람이 맡고 법정에서도 현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해 제3국의 중재인을 선정하고 재판 언어도 영어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CCBC가 김앤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첫 단추를 잘 채웠다. 김앤장은 이후 현지 로펌과 협업해 ‘역공’ 전략을 짰다. 오히려 중재를 제기한 B사가 미수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앤장 측은 결국 1년6개월 만에 B사로부터 900만달러와 지연 이자 연 12%를 받을 수 있다는 중재 판결을 이끌어냈다. A사는 사건을 승소하면서 브라질 현지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윤병철 변호사는 “그간 축적된 해외 소송 경험과 남미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중립적인 중재판정부를 구성한 것이 완승의 비결”이라며 “기업들이 외국에서 땀 흘려 번 돈을 지켜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도 지난달 24일 스웨덴에 있는 스톡홀름상업회의소(SCC) 중재 사건에서 승전보를 올렸다. 북유럽 첫 승소 사례다. 국내 C건설업체가 러시아 공기업으로부터 인도에 있는 동력발전소를 수주했다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면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다. 상대편은 오히려 C업체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이행보증금 지급을 역으로 청구했다.

광장 국제중재팀(팀장 임성우 변호사)은 SCC 중재판정부에 잠정처분을 신속히 요청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법원에 이행보증금 지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광장은 승소하면서 약 900만달러를 손해배상으로 받아냈다. 국제중재 사건에서 전문적인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임성우 변호사는 “국제 분쟁이 일어나는 장소뿐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도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