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없인 못달리는 중국 전기차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는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신선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SCMP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각국 정부가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에 지급한 전체 보조금 160억달러(약 19조3800억원)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절반가량에 달했다.

이 덕분에 중국에서는 전기차 생산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169개 업체가 정식 등록돼 있다. 하지만 비야디(BYD)와 베이징자동차 등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영세한 수준이다.

SCMP는 허난성 싼먼샤에 있는 쑤다전기차 등 상당수 전기차 업체는 보조금만 지원받은 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쑤다전기차는 2010년 설립 당시 2015년까지 연간 1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설정하고 지방정부에서 수백만 위안의 자금과 연구시설 부지 등 각종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공장에는 근로자 수십 명만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한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관영 CCTV는 지난 3월 장쑤성의 한 업체가 전기차 7대를 판매한 뒤 50대를 판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해 보조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는 전기차 업체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전기차 구매에 지급하는 전체 보조금을 작년 대비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SCMP는 “중국 전기차산업도 정부 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 보조금이 사라지는 순간 수많은 전기차 생산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