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국내 첫 리사이틀. 롯데콘서트홀 제공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국내 첫 리사이틀. 롯데콘서트홀 제공
건반을 두드리는 터치에 자신감이 넘쳤다. 긴장과 이완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아름다운 선율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듯하더니 이내 격정적인 연주로 절정에 이르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내 첫 리사이틀에서 ‘다름’을 입증해내는 대형 피아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다.

관람권 판매 개시 9분 만에 3~4일 공연의 3800여석이 전석 매진된 이번 공연에서 그는 ‘조성진다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썼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됐던 그는 1부에서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9번 c단조’를 연주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20세기 현대음악가 베르크의 난해함은 섬세하고 낭만적인 연주로 해소했다. 슈베르트의 곡은 “지나치게 로맨틱하지 않으면서도, 로맨틱한 감수성을 결코 잃지 않아야 하는 곡”이란 조성진의 해석대로 균형감 있게 들려줬다. 그는 ‘균형’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집중해 정교한 터치를 유지했지만 긴장한 듯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쇼팽 이상을 들려주려던 시도였지만 아직은 더 보완돼야 함을 보여준 대목이다.

2부에선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쇼팽 발라드 1~4번 연주에서 그의 손은 자유롭고도 역동적으로 건반 위를 오갔다. 그만의 감수성과 해석이 가미돼 한 편의 대서사시가 펼쳐진 듯했다. 앙코르곡으로는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이 울려퍼졌다. 공연 내내 숨죽이던 관객들은 환호와 갈채로 화답했다. 조성진도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기분으로 앙코르곡을 연주하는 듯했다.

공연이 끝난 뒤 사인회도 열렸다. 조성진은 50여분 동안 600여명에게 사인을 해줬다. 준비된 프로그램북 1000부가 모두 소진돼 추가로 700부가 긴급 제작됐다. 4일 공연에서 1부 프로그램은 전날과 같았고, 2부에선 쇼팽 발라드 대신 ‘24개 전주곡’을 들려줬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