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원자재 가격 떨어져도 흑자 낼 광산만 골라 투자, 원금보장 투자모델 구축…'자원투자 명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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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경영 노하우 탐구 (12) 신흥강자 이큐파트너스
브라질 CBMM 광산투자 땐 국민연금에 원금 보장 해주고
포스코 '풋옵션 금지' 요구 수용
'연금+기업' 공동투자 묘수 짜내
해외M&A 지원 코파펀드 모델로
브라질 CBMM 광산투자 땐 국민연금에 원금 보장 해주고
포스코 '풋옵션 금지' 요구 수용
'연금+기업' 공동투자 묘수 짜내
해외M&A 지원 코파펀드 모델로
▶마켓인사이트 1월4일 오전 6시11분
“뉴욕 유엔본부보다 국기가 더 많네.”
2010년 실사를 위해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알렉사에 있는 광산 업체 CBMM 사옥을 찾은 김종훈 대표 등 이큐파트너스 운용역들의 입에선 이 같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광산치고는 너무 현대적인 건물에 한 번 놀라고, 사옥 앞에 걸려 있는 국기의 개수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희귀광물인 니오븀을 생산하는 이 회사와 거래하는 세계 모든 국가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이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신생 사모펀드 이큐파트너스가 자원 투자의 강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 순간이었다. 뜻밖에 찾아온 투자 기회
김 대표는 브라질 최대 부호 모레이라살레스 가문이 보유한 CBMM을 실사할수록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회사란 확신에 가득 찼다.
니오븀은 철강의 강도와 유연성을 높이는 데 쓰이는 희귀광물로 교량용 철강제, 가스 파이프라인, 자동차용 강판 등에 두루 사용된다. 세계 시장의 87%를 장악하고 있는 CBMM은 포스코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일관 제철소와 거래하고 있다. 연간 매출 1조50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조원을 기록하며 순이익의 약 90%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다.
CBMM 주주들이 2010년 포스코를 포함한 아시아 철강회사들에 지분 투자를 제안해 온 건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고객사들이 지분을 보유하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매각 대상은 지분 30%. 중국에 15%, 일본에 10%, 한국에 5%가 배정됐다.
코파펀드의 원형이 된 거래 구조
포스코가 단독으로 지분 5%를 인수하기엔 금액이 너무 컸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 국민연금에 공동투자를 제안했고, 자원 투자 경험이 없던 국민연금은 원금 보장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원금을 보장할 투자 구조를 만들어줄 운용사를 물색했다. 내건 조건은 하나. 포스코를 상대로 한 풋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팔 권리)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풋옵션은 신용평가에서 부채로 분류돼서다. 미국 블랙스톤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손을 내저었다.
이 자산의 가치를 알아본 이큐파트너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 출신인 이 회사 운용역들은 고심 끝에 ‘묘수’를 짜냈다. 포스코가 보통주 50%, 국민연금이 우선주 50%로 투자하는 구조였다. 우선주는 잔여재산 청구권에서 보통주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CBMM의 가치가 반 토막 이상 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원금을 잃을 위험이 없었다. 이 투자 구조는 이후 국내 기업의 해외업체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기업들과 손잡고 조성하는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의 모델이 됐다.
인연이 만든 두 번째 투자 기회
포스코는 1년여 만인 2012년 이큐파트너스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로셀로미탈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캐나다 퀘벡 철광석 광산 AMMC의 지분 인수 건이었다.
이큐파트너스는 이 역시 놓칠 수 없는 투자 기회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AMMC의 철광석 생산 원가는 t당 24달러로 세계 철광석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생산원가(50~60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 건 역시 1조원이 넘어가는 투자 금액이 걸림돌이었다. 지분 중 15%를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키로 했지만 포스코 단독으로는 힘에 부쳤다. 포스코는 대만 차이나스틸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2억7000만달러를 모았다. 우리자산운용 등과 미리 조성해놓은 코파펀드가 2억6000만달러를 책임졌다. 남은 5억7000만달러가 이큐파트너스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경기 하강기에 빛 발한 투자
이큐파트너스는 일단 포스코가 5억7000만달러짜리 펀드에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하도록 했다. 1억6000만달러였다. 또 무역보험공사가 해외 투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부보(보험 가입) 프로그램을 활용키로 했다. 투자 원금의 85%까지 무역보험공사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5개 기관이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투자는 경기 하강기에 빛을 발했다. 철광석 가격이 t당 40달러대로 떨어졌던 2015년에도 AMMC는 약 3억달러의 EBITDA를 기록했다. 포스코 컨소시엄은 약 3%의 배당금도 받았다.
유창재/이동훈 기자 yoocool@hankyung.com
“뉴욕 유엔본부보다 국기가 더 많네.”
2010년 실사를 위해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알렉사에 있는 광산 업체 CBMM 사옥을 찾은 김종훈 대표 등 이큐파트너스 운용역들의 입에선 이 같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광산치고는 너무 현대적인 건물에 한 번 놀라고, 사옥 앞에 걸려 있는 국기의 개수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희귀광물인 니오븀을 생산하는 이 회사와 거래하는 세계 모든 국가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이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신생 사모펀드 이큐파트너스가 자원 투자의 강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된 순간이었다. 뜻밖에 찾아온 투자 기회
김 대표는 브라질 최대 부호 모레이라살레스 가문이 보유한 CBMM을 실사할수록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회사란 확신에 가득 찼다.
니오븀은 철강의 강도와 유연성을 높이는 데 쓰이는 희귀광물로 교량용 철강제, 가스 파이프라인, 자동차용 강판 등에 두루 사용된다. 세계 시장의 87%를 장악하고 있는 CBMM은 포스코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일관 제철소와 거래하고 있다. 연간 매출 1조50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조원을 기록하며 순이익의 약 90%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다.
CBMM 주주들이 2010년 포스코를 포함한 아시아 철강회사들에 지분 투자를 제안해 온 건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고객사들이 지분을 보유하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매각 대상은 지분 30%. 중국에 15%, 일본에 10%, 한국에 5%가 배정됐다.
코파펀드의 원형이 된 거래 구조
포스코가 단독으로 지분 5%를 인수하기엔 금액이 너무 컸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 국민연금에 공동투자를 제안했고, 자원 투자 경험이 없던 국민연금은 원금 보장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원금을 보장할 투자 구조를 만들어줄 운용사를 물색했다. 내건 조건은 하나. 포스코를 상대로 한 풋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팔 권리)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풋옵션은 신용평가에서 부채로 분류돼서다. 미국 블랙스톤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손을 내저었다.
이 자산의 가치를 알아본 이큐파트너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 출신인 이 회사 운용역들은 고심 끝에 ‘묘수’를 짜냈다. 포스코가 보통주 50%, 국민연금이 우선주 50%로 투자하는 구조였다. 우선주는 잔여재산 청구권에서 보통주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CBMM의 가치가 반 토막 이상 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원금을 잃을 위험이 없었다. 이 투자 구조는 이후 국내 기업의 해외업체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기업들과 손잡고 조성하는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의 모델이 됐다.
인연이 만든 두 번째 투자 기회
포스코는 1년여 만인 2012년 이큐파트너스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로셀로미탈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캐나다 퀘벡 철광석 광산 AMMC의 지분 인수 건이었다.
이큐파트너스는 이 역시 놓칠 수 없는 투자 기회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AMMC의 철광석 생산 원가는 t당 24달러로 세계 철광석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생산원가(50~60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 건 역시 1조원이 넘어가는 투자 금액이 걸림돌이었다. 지분 중 15%를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키로 했지만 포스코 단독으로는 힘에 부쳤다. 포스코는 대만 차이나스틸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2억7000만달러를 모았다. 우리자산운용 등과 미리 조성해놓은 코파펀드가 2억6000만달러를 책임졌다. 남은 5억7000만달러가 이큐파트너스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경기 하강기에 빛 발한 투자
이큐파트너스는 일단 포스코가 5억7000만달러짜리 펀드에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하도록 했다. 1억6000만달러였다. 또 무역보험공사가 해외 투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부보(보험 가입) 프로그램을 활용키로 했다. 투자 원금의 85%까지 무역보험공사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5개 기관이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투자는 경기 하강기에 빛을 발했다. 철광석 가격이 t당 40달러대로 떨어졌던 2015년에도 AMMC는 약 3억달러의 EBITDA를 기록했다. 포스코 컨소시엄은 약 3%의 배당금도 받았다.
유창재/이동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