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새해 벽두부터 '패션 전쟁'…3사 브랜드만 103개
백화점들이 패션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3사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수만 100개를 넘어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LF 브랜드를 합친 수보다 많다. 이 중 작년 하반기에 새로 나온 브랜드만 10개다. 올 상반기에도 백화점에서 17개 브랜드가 쏟아질 예정이다.

정체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패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겐조키즈 국내 출시

올해 첫 포문은 롯데백화점이 열었다.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사업부(GF)는 겐조키즈, 타라자몽, 까띠미니 등 3개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을 따냈다. 올 상반기에 이들 브랜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겐조키즈는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겐조의 아동복 브랜드다. 겐조 국내 사업을 하는 롯데백화점이 브랜드를 확장했다. 까띠미니는 프랑스 아동복 브랜드다.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인 타라자몽은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15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신세계에 비해 패션 부문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롯데가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GF를 전문적인 패션조직으로 키울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브랜드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라고 했다.

대신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매년 감소하는 제화 가방 일부 브랜드를 매장에서 축소할 계획이다.
백화점, 새해 벽두부터 '패션 전쟁'…3사 브랜드만 103개
◆유통가 패션 경쟁 치열

지난해 말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한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40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기존에 운영하던 타임 랑방 등 28개 브랜드에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던 12개 브랜드가 더해졌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뒤 패션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여성복 브랜드 ‘래트바이티’를 내놓았다. 기존 인기 브랜드인 시스템에는 ‘시스템0’ ‘시스템2’ 라인을 새로 추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관계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원래 신세계백화점 해외사업부였다. 신세계는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1996년부터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말 폴스미스와 끌로에 사업권을 따냈다. 또 부도난 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해 작년 1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키워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9월 자체상표(PB) ‘델라라나’도 출시했다.

◆브랜드 인수 더 나올 듯

이처럼 백화점들이 패션사업에 투자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매장 임대사업의 수익성 때문이다. 한 백화점 직원은 “매출이 잘 나오는 식음료 매장을 제외하면 패션을 포함해 대부분 매장의 매출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은 일반적으로 패션 브랜드 매장 임대 계약을 정률제로 맺는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임대료로 받는 방식이다. 백화점 매장 중 60%가량이 패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임대료를 받는 것보다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게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백화점은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차별화다. 패션 브랜드 타임의 프리미엄 라인인 ‘타임 블랙라벨’은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만 판매한다. 한섬 더캐시미어의 리빙 브랜드 ‘더 캐시미어 띵스’는 현대백화점 본점과 목동점에만 매장을 두고 있다. 작년 신세계와 합작법인 몽클레르신세계를 세운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몽클레르 매장을 여성 전문매장과 남성 전문매장으로 나눠 전문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도 나만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패션은 그 가운데 핵심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앞으로도 계속 패션 브랜드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션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매물로 나오는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