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한진터미널 인수 검토...장금·흥아와 동남아 인프라 투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사진)이 부산신항에 있는 한진해운터미널의 지분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국내 중소선사와 동남아시아 인프라에 공동 투자해 경쟁력도 확보하기로 했다.

유 사장은 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해양수산가족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의 지분 인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여러 가지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은 한진해운의 모항(母港)이다. 한진해운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가 2015년 경영난으로 (주)한진에 매각했고, 나머지 50%는 유한회사인 펠리샤가 갖고 있다. 펠리샤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이를 인수해 부산항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 사장은 장금상선, 흥아해운과의 동맹인 ‘HMM+K2 컨소시엄’을 통한 경쟁력 확보 계획도 밝혔다. 유 사장은 “동맹으로 동남아시아 운항 빈도수를 늘리고 한국~중국, 한국~일본 노선의 비용부담은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을 위주로 인프라 공동 투자를 추진해 윈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석묵 흥아해운 사장은 “국내 선사들이 협력하기로 했으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태순 장금상선 회장도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는 대체로 희망적인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국내 중소선사 대표는 “올해 사업도 쉽지 않겠지만 절망적이진 않다”며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가 있었음에도 한국 선복량은 여전히 세계 5위”라며 “정부와 업계가 위기감으로 다시 머리를 맞대면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