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도 없앤다"…삼성서울병원, 또 한 번의 서비스 혁신
20여년 전 ‘촌지 없는 병원’을 선언하며 병원 서비스 문화를 바꿔온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는 연대보증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환자 행복’을 중심에 둔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사진)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조치라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3일부터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앤 새로운 입퇴원동의서를 도입했다고 4일 발표했다. 국내 대형 대학병원 중 입퇴원동의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앤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이다.

환자가 입원을 위해 작성하는 동의서에는 진료비 지급을 보증할 수 있는 보증인 기록란이 있다.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은 물론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의 입퇴원동의서에는 모두 연대보증인 작성란이 있다. 과거 경제능력이 되지 않아 진료비를 못 내고 퇴원하는 환자가 많던 때 병원에서 이들을 대신해 보증인에게 진료비를 받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대개 환자 가족 중 한 사람을 보증인으로 기록한다.

연대보증인이 없어도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하지만 입퇴원동의서 양식은 바뀌지 않았다. 일부 의료기관은 연대보증인의 주거 형태를 세부적으로 명시토록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대보증인을 적지 않으면 입원을 거부하는 병원도 있다. 이 때문에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입퇴원동의서 표준약관에도 이 같은 연대보증인 작성란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병원이 진료비를 받기 위해 관행처럼 이어온 연대보증인 제도지만 입원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서류를 작성할 때 불쾌감을 나타내는 환자도 많았다.

조동한 삼성서울병원 원무입원팀장은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삭제한 것은 환자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환자들의 입원서류가 간소화되고 편의성을 높일 수 있게 돼 환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1994년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은 ‘촌지 없는 병원’을 표방했다. 이 같은 병원 문화는 전국 병원으로 확대됐다. 이듬해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환자가 진찰을 받은 뒤 진찰료를 내는 진찰료 후수납제를 도입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병원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것도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처음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