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오늘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김영란법이 청렴 사회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긍정적 기대부터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를 더 위축시킬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지금 법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를 것이다. 물론 과도한 접대문화와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400만명에 달하는 법 적용 대상자들이 행동을 주의하고 크고작은 부패와 거품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반면 고급음식점, 화훼업계, 한우농가, 공연계 등의 타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처음부터 법리상 하자를 안고 출발했다. 공적 권한과 무관한 민간인들까지 공직자 범주에 포함한 것부터가 그렇다. 공직자 비리가 문제라면 기존 공직자윤리법이나 공무원 행동강령 등으로 얼마든지 제어 가능하다. 평생 쌓은 지식의 가치를 법으로 가격을 매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식의 네트워크들도 무너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여론이 찬성한다며 이를 합헌으로 만들어 놨다. 언론은 언론대로 주관적이며 과장되게 보도하는 데 급급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법의 모호성에 편승해 온갖 주자가례적 유권해석을 남발하는 ‘완장증후군’까지 보였다.

김영란법 시행과정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수준도 보여준다. 공짜로 얻어먹지 말고 청탁도 말라는 것이 김영란법의 취지였다. 이를 소위 ‘3-5-10만원’ 법으로 오인해 제각기 빠져나갈 꼼수 찾기에 골몰한 게 지난 몇 개월간의 해프닝이다. 엉터리 법을 만든 국회의원 장본인들이 2만9000원짜리 도시락을 시켜먹는 우스꽝스런 장면은 소동의 결정판이었다. 최근 탄핵 정국 와중에 슬그머니 김영란법이 유야무야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김영란법 100일은 기대도 과잉, 우려도 과잉이었다. 법의 부작용이나 미비점, 흠결은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명분만으로 세상이 바뀌고 법만 만들면 현실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권익위에 쌓인 1만2000여건의 질의와 답변을 보면 마치 조선시대 예절 백과인 ‘가례집람’을 연상시킬 정도다. 이런 집단소동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