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안전성 문제 알고도 주의 고지 안하면 고의 과실로 판단"
업계는 소송남발·블랙컨슈머 증가 우려하며 신중 접근 요구


정부가 올해 제품 생산자의 고의 과실에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배상제를 연내 도입하기로 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커진 소비자들의 불안이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2017년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고의 과실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제조사에 최대 3배의 무거운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징벌배상제를 제조물책임법에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품 결함에 대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안도 함께 추진된다.

정상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던 중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제품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해 피해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현행 법은 피해자에게 제품 결함, 결함과 손해 간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제조사의 '고의 과실'은 적극적으로 위해를 가한 행위뿐만 아니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안전주의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고의성에 대한 판단 기준과 관련 "가습기살균제처럼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걸 인지한 상황에서 만든 뒤 주의도 없이 사용하게 만들었으면 고의성이 입증이 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제조물책임법상 징벌배상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격하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공정위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해 상당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미 국회에는 징벌배상제를 담은 다수의 의원 입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고의과실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안도 있는 등 법안마다 손해배상 한도도 다양하다.

정부는 징벌배상의 한도를 손해액의 최대 3배로 정하되 별도 정부 입법 절차 없이 정부 취지에 맞는 의원 입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대다수 정치권과 소비자들은 징벌배상제 도입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업계는 소송 남발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징벌배상제·집단소송제 등 소비자 피해구제제도 도입 시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소송 남용과 블랙컨슈머 증가'가 꼽혔다.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지원방안 등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통과시켰지만 논의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