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5일 오후 4시11분

새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이 대형 사모펀드(PEF) 간 경쟁으로 압축됐다. 독일 린데, 미국 에어프로덕트 등 전략적투자자(SI)가 모두 인수를 포기해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 TPG가 팽팽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홍콩계 PAG가 변수로 남아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위해 예비 실사를 하던 린데와 에어프로덕트가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로덕트는 주관사까지 선정하며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매각 측과 가격에서 시각차가 커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린데는 독일 본사가 지난달 미국 프락스에어와의 합병을 결정함에 따라 다른 M&A를 추진하는 게 어려워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산업가스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일 예비입찰을 실시한 뒤 린데 에어프로덕트 MBK파트너스 TPG PAG 등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SK(주) 효성 등 국내 대기업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IB업계에서는 MBK와 TPG 중 한 곳이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다소 높은 금액을 써내서라도 인수를 성사시킬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달 41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의 4호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2013년 26억7000만달러 규모로 조성한 3호 펀드도 아직 모두 소진하지 못한 상태다. 5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약 3년 안에 소진하려면 조 단위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지만 최근 국내 대형 M&A 거래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TPG는 40억달러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아시아 7호 펀드의 자금 유치를 위해 대성산업가스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 조 단위 투자를 성사시킬 수 있는 역량을 펀드 출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TPG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이상훈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TPG는 외환위기 직후 뉴브리지캐피털이라는 이름으로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 등에 투자해 큰 차익을 남겼지만 2008년 이후로는 한국 투자 실적이 없다.

PAG는 MBK와 TPG에 비해 다소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2015년 완구업체 영실업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한국 투자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36억달러의 아시아 2호 펀드를 조성한 만큼 실탄으로는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매각 대상은 골드만PIA와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한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다. 매각 측은 1조7000억~1조8000억원의 가격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소람/유창재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