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남자스포츠'라는 편견을 깬 초등학교 여학생이 있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나이에도 시속 100㎞에 이르는 강속구를 뿌리는 당찬 아이. 주인공은 서울 무학초등학교 6학년 박민서 양(13)입니다.

올해 행당중학교 입학을 앞둔 민서 양은 인터넷에서 이미 유명세를 탔습니다. 지난해 말 페이스북에 올라온 민서 양의 훈련 영상엔 독자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잘한다"를 뛰어넘어 "믿기 힘들다", "놀랍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죠.

나이를 비웃는 빠른 구속뿐만 아니라 타격 솜씨도 리틀야구계를 놀라게 했더군요. 지난해 8월 서울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기 전국 리틀야구대회에서 최연소 홈런포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중학교 3학년이던 김라경 선수(계룡고 1학년)가 보유한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소셜네크워크 (SNS) 화제 인물 '야구신동' 민서 양과 뉴스래빗의 캐치볼. 그 묵직했던 야구 연습장으로 함께 가시죠 !.!

#영상 아재와 박민서양과 '불꽃' 캐치볼 "손에 불나요"


# 민서 강속구 직접 받아보니.."손바닥 난다"

지난 4일 오후 한양대학교 인근에 있는 응봉 체육공원. 겨울방학을 맞아 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성동구 리틀야구단(유소년 야구단)의 모습이 보입니다. 훈련에 한창인 학생들 가운데 민서 양은 멀리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팀내 유일한 여자 선수니까요.

민서 양이 던지는 공 스피드는 놀랍습니다. 겉으로 보면 얼마나 빠른지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공을 받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우습게 봤지요. 초등학교 여학생이 던지는 공이 빨라봤자 얼마나 빠를까 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깜짝 놀랐습니다.
캐치볼(볼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공이 무척 빠르고 묵직하더군요. 야구 글러브를 끼고 공을 몇 차례 받았더니 손바닥이 벌겋게 불이 납니다. 무척 아픕니다. (기자가 착용한 글러브는 동대문시장에서 장만한 저렴이) 일반 성인남성이 캐치볼 경험이 없다면 쉽게 공을 받아내기가 어려울 만큼 빠릅니다.

민서 양은 투수도 하고 타자도 겸합니다. 리틀야구단은 투수와 타자를 같이 하거든요. 뉴스래빗이 찾아간 날은 타격 및 수비 훈련으로 학생들이 바빠 보였습니다.

야구단을 이끄는 지휘관은 정경하 감독. 그는 학생들이 내외야 수비 연습을 익히도록 수비수가 있는 정확한 곳에 공을 떨어뜨립니다. 마치 기계로 야구공을 보내는 듯 합니다.

정 감독은 그동안 국내에서 재능을 보인 여자 선수가 몇몇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부분 고등학교 진학 전후로 꿈을 접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자야구월드컵에 막내로 출전한 김라경 선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정 감독은 "민서는 꿈이 확실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목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열정과 노력을 이어간다면 여자 야구에 대한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야무진 "일본 프로선수로 뛰고 싶다"

민서 양은 요즘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KBS 스포츠뉴스에서 '리틀야구 역사를 바꾼 천재소녀'라는 타이틀로 소개됐기 때문이죠.

민서 양은 "많은 분들이 알아보니깐 기분은 좋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며 "주변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뉴스 나왔다고 큰 소리로 얘기하고 알아보니깐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고민이 많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민서 양은 "중학교에 가면 지금처럼 많이 연습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시험 기간에는 연습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걱정했습니다.

물론 학업 때문에 야구를 포기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꿈은 확고했습니다. 앞으로 진로를 물어봤습니다. 민서 양은 "고등학교 때 바로 일본으로 유학갈지, 아니면 대학을 마칠 때까지 여자 야구 국가대표로 뛰다가 일본으로 건너갈지, 앞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여자 프로야구선수는 아직 없습니다. 민서 양은 한국인 첫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 가장 실력이 출중한 청소년 여자 야구선수는 언론에 여러차례 소개된 고등학교 1학년 김라경 선수가 꼽힙니다.

김라경과 박민서, 둘 중에 구속은 누가 빠른지 민서 양에게 물어봤습니다. 민서 양은 "당연히 언니가 빠르다. 대신 중학교 3학년까지 120㎞/h 이하 속구를 던지는 게 목표이고, 나중에 라경 언니를 뛰어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지금 야구를 하는 여학생들은 '제2의 김라경'이라고 불리길 원한다는 게 민서 양의 설명. 나중에는 야구를 하는 후배들이 '제2의 박민서'가 되고 싶다는 얘길 듣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민서 양을 꼭 일본으로 보내야할까요. 프로야구 선수 꿈을 국내에서 이룰 수 없다고 말하는 민서 양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시렸습니다. 한국 여자 프로야구는 민서 양이 어른이 될 10년 뒤에도 여전히 불가능한 꿈일까요. 보석처럼 빛나는 민서 양과 제2, 제3의 박민서, 김라경 선수와 제2, 제3의 김라경이 국내에서도 한국 여자 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여건이 하루 빨리 싹트길 빌어봅니다. 이건 어른들이 고민을 해야할 일입니다.

민서 양이 훌륭한 여자 야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뉴스래빗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____^

"민서 양, 다 잘 되거예요. 항상 꿈 잊지 말고, 무엇보다 즐겁게,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야구를 사랑하며 성장하길 바랍니다 !.!"


!.! 성동구 리틀야구단은? 1984년 출범해 올해 33년째를 맞았습니다. 서울에 있는 200여개 팀 가운데 하나. 정경하 감독 아래 20여 명의 선수들이 팀을 꾸리고 있더군요. 그동안 여러 프로선수들도 배출했는데요. LG 트윈스 류제국 선수, NC 다이노스 김종호 선수, KIA 타이거즈 박찬호 선수가 유소년 시절 이 곳을 거쳐갔습니다. 전국 대회 성적을 봤더니 2011년 구리시장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우승을 비롯해 2012년 스포츠토토배 유소년야구대회 3위, 2014년 속초시장기 리틀야구대회 3위 등 수상 이력도 상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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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연구 = 김정훈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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