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무죄 무골유죄"…시청자 공감에 '상승세'
1500여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 젊고 준수한 외모의 화랑들이 사관학교에서 함께 수련을 받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아버지만 귀족이고 어머니는 천인 출신으로 알려진 무명(배우 박서준)을 ‘반쪽’이라 놀리는 진골들의 횡포 때문이다. 거친 싸움 끝엔 “유골무죄, 무골유죄”란 말도 나온다. ‘화랑들에게 골품은 없다’는 가르침이 무색하게도 골품제도가 상류층 자제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큰 공감을 얻었다.

KBS 월화드라마 ‘화랑’이 악재를 딛고 최근 시청률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방영된 6회는 8.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9일 시작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6%대에서 출발했으나 여러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동시 방영이 돌연 중단됐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LeTV 측이 화랑 3회 방송을 앞두고 갑자기 방송 불가를 통보했다.

국내에서도 경쟁작인 SBS의 ‘낭만닥터 김사부’에 밀려 시청자에게 외면당했다. 화랑보다 한 달 앞서 시작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청률 25%를 넘어서며 큰 인기를 얻었다. 상대적으로 화랑의 입지는 약해졌다.

하지만 젊은 시청자의 입소문을 타고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3회만을 남겨두고 있어 종영 이후엔 현재 동시간대 2위인 화랑이 반사효과를 누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화랑’은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리는 청춘 드라마다. 박서준 고아라 박형식이 주연을 맡았다. 인기몰이 요소는 충분하다. 처음엔 전개가 다소 어설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죽은 선우(이광수 분)를 대신해 세상으로 나온 무명, 그를 친오빠로 알고도 사랑을 느끼는 아로(고아라 분), 태후의 섭정에 괴로워하다가 화랑이 되고 아로에게 사랑을 느끼는 진흥왕 삼맥종(박형식 분)은 팽팽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여기에 골품제도와 같은 사회비판적인 내용, 화랑과 권문세족의 암투까지 더해진다.

‘신라판 꽃보다 남자’란 평가처럼 젊은 남자 연예인이 대거 나오는 점도 흥미를 끌 만하다. 최민호 도지한 등 화랑으로 출연한 젊은 스타들이 여러 갈등 속에서도 우정을 키워나가며 끈끈한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김지수 성동일 최원영 김광규 등 베테랑 연기자의 감초 같은 연기도 눈길을 끈다. 신예 연기자 속에서 이들의 열연은 극을 지탱하는 큰 힘이 돼주고 있다.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신예들의 사극 연기가 다소 어색한 게 흠이다. 작품의 중심 배경인 화랑 사관학교 이야기는 신예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그들의 연기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만한 캐릭터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