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황금주머니'

이 드라마엔 다양한 처지의 인물이 등장한다. 유명 외과의사인 한석훈(김지한 분)은 어릴 적 입양 가정에서 여러 번 파양된 트라우마로 성격이 냉정해진 인물이다. 금정도(안내상 분)는 만두가게를 운영한다.
금정도의 혼외 자식인 금설화(류효영 분)는 외주제작사 PD다. 가족 간 부침을 겪으면서도 정 많은 어머니 김추자(오영실 분) 덕에 배다른 자매들 사이에서 이타심 강한 천사표로 살아간다. 요리 블로거 윤준상(이선호 분)은 재벌 2세지만 집 밖을 떠돌며 지낸다. 경영권 승계를 놓고 계모 모난설(지수원 분)의 경계가 심해서다.
서로 별 인연이 없던 이들은 갑작스레 가족으로 엮인다. 한석훈의 교통사고와 기억 상실, 의료사고 등 악재들이 원인이다. 애증과 원한 관계로 혼란스러워진 이들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이는 만두 장인인 금정도다. 금정도는 자신이 일찍 잃은 큰아들과 동년배인 한석훈에게 생긴 악재를 그냥 두고보지 않는다. 기억 상실로 김추자를 친모라고 착각하는 한석훈을 친아들로 받아들인다.
이 결정에 반발하는 딸들에게 금정도는 말한다. “절대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도 잘 다지고 섞으면 맛있는 만두 속이 된다. 형제도 그래. 서로 조금씩 참고 봐주고 아끼면서 하나가 되는 거야. 그래야 이 험한 세상 조금은 덜 힘들게 살다 가지 않겠니.” 그는 자식들에게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뭐든 아빠가 다 감싸줄게. 만두피처럼 다 보듬어서 아껴줄게. 걱정하지 마라”는 말도 덧붙인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 가장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비빌 언덕이 아닐까.
그러나 이 단단한 언덕도 무너질 때가 있다. 금정도는 사채업자 사귀정(유혜리 분)의 농간에 빠져 수십년 지인들에게 배반당한다.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금정도는 만두가게마저 팔아 치우고, 가족들은 다시 혼돈에 빠진다. 이번엔 다른 이가 가족을 책임지겠다고 나선다. 금정도와 그의 가족 덕에 휴머니스트로 환골탈태한 한석훈이다. 한석훈은 가족 생계를 위해 어깨너머로 배운 아버지의 만두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한다. 드라마는 유명 외과의였던 그가 만두 장인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황금주머니’는 아버지와 자식들의 이야기다. 부성(父性) 상실의 시대라는 말이 흔히 나오는 요즘, 금정도는 잊고 있던 아버지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믿음은 혈연이 아닌 가족도 혈연보다 더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돕는다. 그리고 자식들도 그의 마음을 이어받는다.
이른바 ‘혼술’ ‘혼밥’이 유행이라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싶어진다. 볼 때마다 군침을 삼키게 하는 믿음과 포용의 ‘금정도 만두’는 올 설날 가족과 꼭 함께하고 싶은 메뉴다. 진정한 황금주머니는 바로 가족이니 말이다.
이주영 <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