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참석한 삼성전자 C랩 출신 스타트업 CEO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CES에 참석한 삼성전자 C랩 출신 스타트업 CEO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창업을 유도하는 국내 유일의 대기업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자금까지 지원받고 독립한 ‘삼성의 아이들’은 이번 CES에서도 최고혁신상(망고슬래브)을 받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경제신문은 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삼성 출신 5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과 CES 및 창업 생태계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CES 2017] '삼성의 아이들'이 말하는 CES와 창업
안경 없이 3차원(3D) 입체 화면을 볼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모픽의 신창봉 대표, 악기 연습을 게임처럼 할 수 있게 돕는 기기를 파는 재미지의 전대영 대표, 센서가 결합된 벨트를 만드는 웰트의 강성지 대표, 헬멧에 붙이기만 하면 음악도 듣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는 기기를 제조하는 아날로그플러스의 박재흥 대표, 포스트잇용 프린터를 만드는 망고슬래브의 이우진 이사가 함께했다.

CES의 분위기를 묻자 강 대표는 “작년에 왔을 때 스타트업이 있는 유레카 파크는 그냥 모래알이 모여 있는 것 같았는데 올해는 묵직한 자갈이 보인다”며 “다들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도 “다른 어느 전시회보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관심을 끌려는 업체 간 경쟁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CES에 오는 스타트업의 수준이 점점 높아진다는 얘기다.

망고슬래브는 올해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전체 3800여개 업체 중 최고혁신상은 딱 35개사에만 돌아간다. 이 회사는 창업한 지 1년이 안 됐다. 웰트, 모픽 등도 창업 1년여 만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매출을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의 지원 덕이 컸다”고 했다. 강 대표는 “삼성 입사 전에도 창업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돈도 인력도 없어 힘들었다”며 “창업 초기에 삼성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1년 정도를 버틸 수 있는 투자금을 받는 건 정말 큰 도움”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시제품을 만든 뒤 삼성 베트남공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반응을 조사할 수 있었다”며 “다른 스타트업은 못 누릴 호사를 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창업의 길은 험난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표는 “제조업을 하다 보니 협력업체가 많이 필요한데,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는 “삼성도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삼성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의 길을 택한 건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대표는 “사내벤처 시절 한 고등학교에 제품을 제공했는데, 음악을 싫어하던 아이들이 즐겁게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그때 모든 사람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을 가졌고 망설임 없이 창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