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오른쪽부터),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마르셀 레트라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이 5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최한 ‘러시아 해킹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오른쪽부터),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마르셀 레트라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이 5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최한 ‘러시아 해킹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국가정보국(DNI) 등 미국 정보당국 수장들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거를 대라”며 러시아 개입설을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신설된 DNI는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미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취임을 2주 앞둔 트럼프 당선자와 미국 정보당국 사이에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가 해킹 지시”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최한 ‘러시아 해킹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 정부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민주당 전산망을 해킹했다는 우리의 판단은 작년 10월보다 확고하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와 DNI는 지난해 10월7일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해킹과 뒤를 이은 폭로는 대선 과정에 개입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발표했다.

청문회에 같이 출석한 마이클 로저스 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 마르셀 레트라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도 러시아 개입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CIA는 지난달 러시아가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도왔다고 결론내렸고, FBI도 이 같은 결론에 동조했다. 특히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로저스 국장이 클래퍼 국장 및 레트라 차관과 낸 공동 성명에서 “최근 대선과 관련한 해킹 공격을 승인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 고위 관료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이던 존 포테스타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인사들의 이메일 수천 건을 해킹해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전달한 인물들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것이 여러 정보당국의 일치된 의견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CIA를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트럼프 당선자가 DNI, CIA의 규모와 인력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차기 DNI 국장에 댄 코츠 전 상원의원을 내정했다.

◆공화당서도 비판 쏟아져

정보당국이 한목소리로 러시아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러시아의 해킹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보 참모직을 사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놓고 트럼프 당선자와 정보당국 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에는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는) 러시아를 위한 아첨꾼”이라며 “그는 자료를 훔치고 폭로하고 국가안보를 해쳤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오는 9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