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내년 입주 아파트 물량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입주 리스크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 입주하기 시작한 서울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아파트. 한경DB
올해와 내년 입주 아파트 물량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입주 리스크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 입주하기 시작한 서울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아파트. 한경DB
“올해는 아파트 분양보다 더 중요한 게 입주입니다. 같은 단지를 두 번 분양한다는 생각으로 입주를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D건설 마케팅팀장)

2017년 건설사들의 화두는 ‘입주’다. 올해부터 내년 80만가구의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건설사마다 입주 리스크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입주 관리 전담팀을 구성하는가 하면 입주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마케팅 전략도 마련 중이다. 지난해까지 호황 국면을 이어가던 주택시장이 청약 및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자칫 2008년 금융위기 뒤 발생한 입주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39만가구 입주

7년 만에 다시 등장한 '아파트 입주 마케팅'
8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39만여가구, 내년 40만여가구의 아파트가 완공된다. 1990년대 수도권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최대 물량이다.

건설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입주물량 증가에다 정부 금융규제 및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맞물리고 있어서다. 수년간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최상위를 지켜온 한 대형 건설사도 올해 처음 입주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입주리스크 평가 모형을 만들어 단계별 분석을 진행 중이다. 입주 6개월 전 입주리스크를 확인하고 3개월 전 입주 촉진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신상열 대우건설 주택마케팅팀장은 “전략사업지 중심으로 분양했고 사전 리스크 관리도 해왔지만 올해 공급량이 특히 많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욱 현대건설 마케팅팀장은 “오는 7월부터 입주물량이 급증하는데 상환능력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실수요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대출 주선, 연체이자요율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규현 롯데건설 마케팅부문장은 “손바뀜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곳이 많고 중도금 연체율이 생각보다 낮아 아직은 입주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단지별로 분양가에 붙어 있는 웃돈, 손바뀜, 중도금 연체율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입주 리스크 줄이기에 본격 나선 건 2010년을 전후한 입주대란 경험 때문이다. 분양 호황기인 2006~2007년 대거 분양된 아파트 계약자들이 금융위기 뒤 집값이 급락하자 입주를 잇따라 포기하면서 상당수 건설사가 경영난을 겪었다.
7년 만에 다시 등장한 '아파트 입주 마케팅'
◆지방 단지·대형 평형 ‘긴장’

대림산업은 입주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고객센터를 올 들어 크게 보강했다. 올해 입주를 통해 마무리되는 매출이 5조2000억원에 이르다 보니 입주율에 올해 주택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택마케팅을 담당하던 홍록희 상무가 고객센터로 자리를 옮겨 입주전략을 지휘한다. 홍 상무는 “분양가보다 더 내려간 가격의 물건이 나오는 곳 등은 선제적으로 중개업소를 연계해준다거나 전세 세입자를 구해주는 등의 마케팅 활동을 준비 중”이라며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등 세 곳에 우선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입주대란이 전용 85㎡ 이상 대형 아파트, 지방 소도시 단지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방 대형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들이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2010년 입주대란으로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까지 겪은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회수 잔금도 크게 증가했었다”며 “당시 입주난으로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 경험이 있어 올해는 입주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윤아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