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중국 '제2 플라자 밀약설'과 원·달러 환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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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미국·중국 간 전방위 갈등 심화
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안정 개입
'제2 플라자 밀약설' 나와 주목
원·달러 환율도 큰 영향 받을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안정 개입
'제2 플라자 밀약설' 나와 주목
원·달러 환율도 큰 영향 받을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새해 벽두부터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상치 않다. 무역 통상 지식재산권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환율 분야가 심하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두 국가 간 통화마찰은 그 파장이 의외로 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양국 간 통화마찰을 가격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다.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는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시정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는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년 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린 직후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되자 곧바로 ‘상하이 밀약설(달러 약세-위안 절상을 유도하는 묵시적 합의)’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1년 만에 Fed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자 이번에는 ‘제2 플라자 밀약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밀약설이 합의될 때는 ‘협정’으로 변한다(제2 플라자 밀약→제2 플라자 협정).
‘제2 플라자 협정’은 인위적인 조정인 만큼 합의 가능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조지 소로스의 위안화 투기설, 위안화 가치 40% 폭락설, 중국 정부의 ‘본때론’과 위안화 대폭 평가절하 용인설 등 1년 전부터 중국은 위안화 관련 각종 위기설에 시달려왔다.
중국처럼 환투기 대상에 몰리는 국가는 외화 방어능력이 약할 때 환위기가 발생한다. 20년 전 아시아 통화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였던 모리스 골드스타인 등이 제시한 특정국의 위기방어능력은 다양한 지표에 의해 평가되지만 외환보유액이 핵심지표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세 가지 기준(IMF 방식, 그린스펀·기도티 방식, 갭티윤 방식) 중 가장 넓은 개념인 갭티윤 방식으로 산정하더라도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2조4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다.
어떤 국가든 위기를 의도적으로 내거나 방관하는 일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대폭 용인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대규모 자본이탈로 잃는 것이 더 많은 데다,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정책은 뉴딜과 감세,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폭락할 경우 의도하지 않는 달러화 강세로 심한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무역적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는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3% 이상 벗어나 있는 수준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0.7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재건’을 꿈꾸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출범 첫해부터 ‘달러 강세’와 ‘경기 재둔화’라는 시련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Fed 의장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늘어날 국채발행 우려로 재현되고 있는 ‘옐런 수수께끼(완만한 금리인상 기조를 흐트러뜨리는 국채금리 이상 급등)’ 현상에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시진핑과 트럼프 정부가 모두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2014년 12월 원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논의가 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현재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양국 간 통화마찰을 가격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다.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는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시정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는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년 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린 직후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되자 곧바로 ‘상하이 밀약설(달러 약세-위안 절상을 유도하는 묵시적 합의)’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1년 만에 Fed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자 이번에는 ‘제2 플라자 밀약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밀약설이 합의될 때는 ‘협정’으로 변한다(제2 플라자 밀약→제2 플라자 협정).
‘제2 플라자 협정’은 인위적인 조정인 만큼 합의 가능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조지 소로스의 위안화 투기설, 위안화 가치 40% 폭락설, 중국 정부의 ‘본때론’과 위안화 대폭 평가절하 용인설 등 1년 전부터 중국은 위안화 관련 각종 위기설에 시달려왔다.
중국처럼 환투기 대상에 몰리는 국가는 외화 방어능력이 약할 때 환위기가 발생한다. 20년 전 아시아 통화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였던 모리스 골드스타인 등이 제시한 특정국의 위기방어능력은 다양한 지표에 의해 평가되지만 외환보유액이 핵심지표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세 가지 기준(IMF 방식, 그린스펀·기도티 방식, 갭티윤 방식) 중 가장 넓은 개념인 갭티윤 방식으로 산정하더라도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2조4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다.
어떤 국가든 위기를 의도적으로 내거나 방관하는 일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대폭 용인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대규모 자본이탈로 잃는 것이 더 많은 데다,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정책은 뉴딜과 감세,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폭락할 경우 의도하지 않는 달러화 강세로 심한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무역적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는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3% 이상 벗어나 있는 수준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0.7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재건’을 꿈꾸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출범 첫해부터 ‘달러 강세’와 ‘경기 재둔화’라는 시련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Fed 의장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늘어날 국채발행 우려로 재현되고 있는 ‘옐런 수수께끼(완만한 금리인상 기조를 흐트러뜨리는 국채금리 이상 급등)’ 현상에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시진핑과 트럼프 정부가 모두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2014년 12월 원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논의가 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