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11테러 이후 국토안전부와 함께 교통안전청(TSA)을 창설했다. 항공 안전이 자국민 보호와 영토 보전에 직결된다는 판단이었다. 항공 안전을 책임지는 교통안전청은 검색요원이 공항 안전을, 보안관이 기내 안전을 담당한다. 경찰견을 부리는 경찰관은 공항을 순찰한다. 지상과 공중에서 항공 안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한국의 항공 안전은 허점이 많다. 지상은 공항 곳곳에 배치된 검색요원이 책임지고 있지만 공중은 무방비 상태나 같다.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스튜어디스 몇 명이 300여명에 가까운 탑승객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항공보안법 제14조에 따라 항공운수사업자는 항공기 내 보안요원을 탑승시켜야 한다. 하지만 스튜어디스가 기내 보안요원의 역할을 떠맡는 게 현실이다. 보안요원 고용은 모두 비용이다. 항공사가 요원 교육과 배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항공사가 항공 안전에 대해 점증하는 국민의 불안을 읽어내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건 다행이다. 그러나 포승줄과 테이저 건으로 새롭게 무장한 스튜어디스와 공권력이 상징하는 권위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생명인 밀폐된 공간에서는 권위가 쉽게 도전받는 공권력의 대리 행사가 아니라 다툼 없는 신속한 공권력의 행사가 필요하다. 대형사고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갑질’을 차단하는 데 효과도 있다.

지상·해상·공중 방어는 국토·국민방위의 삼위일체다. 경찰청이 지상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된 해양경찰청이 해상을 지키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항공안전본부를 신설해 공중 안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하루 몇 천명의 국민이 항공기를 이용한다. 항공사가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국민안전처가 나서 국민의 불안을 떨쳐줘야 한다.

최시영 < 연세유럽연구 명예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