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택지 공급업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민간 건설사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아파트) 용지를 201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가계 부채 급증, 주택공급 과잉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선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는 데다 신규 택지지구 지정 중단으로 공급여력도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펼쳐온 건설회사들은 대안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도시개발사업,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LH, 아파트 땅 공급 축소…입주대란 선제대응
◆공동주택용지 공급 가뭄

9일 LH 관계자는 “올해 전국에서 109개 공공주택 용지(403만㎡)를 민간 건설회사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경기 호조 속에 공급 계획량이 가장 많았던 2015년(212개·775만㎡)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남권 마지막 신도시로 꼽히는 위례신도시를 비롯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이전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한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와 하남 감일지구, 의정부 고산지구, 양주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용지가 공급된다. 서울에서는 중랑구 망우동과 신내동 일대에 들어서는 양원지구 등에서 아파트 용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파트 용지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무엇보다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LH 관계자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신규 택지지구 지정이 중단된 상황이어서 아파트 용지 공급은 향후 몇 년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급증, 공급(입주) 과잉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등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전국에서 집들이하는 아파트는 36만여가구로 1999년(36만9541가구) 이후 최대 수준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입주량이 가장 적었던 2012년(17만9031가구)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 많다. 국토교통부의 중장기(2013~2022년) 아파트 공급계획인 연간 27만가구를 10만가구 가까이 웃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입주물량이 급증하면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고 이는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깡통주택’이 늘어나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업체, 신시장 개척 나서

주로 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 용지를 사서 사업하던 중견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비상상황이다. 교통과 교육 등 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은 LH의 아파트 용지 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다. 지난달 열린 100가구 규모의 소형 단지인 서울 한남동 한성아파트 재건축조합 현장 설명회에는 한진중공업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부터 한양과 한신공영 등 중견 건설사까지 9곳이 참여했다.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시공능력평가순위(13위)가 가장 높은 호반건설은 지난해 서울 성북구 보문5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서울 진출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잠원동 신반포7차와 방배동 방배경남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드는 등 중견 건설사로는 처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흥건설과 우미건설도 분양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뉴 스테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중흥은 다음달 광주 효천1지구에서 뉴 스테이 615가구를 공급하고, 우미도 오는 9월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846가구에 이어 내년에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한옥 뉴 스테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우미는 수도권 신도시인 광교와 하남미사강변도시에서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를 선보이며 비(非)주택분야에 도전한다.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은 “상업시설 임대 운영과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