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 회원들이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 모여 이 달에 읽을 드러커의 영문 원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 회원들이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 모여 이 달에 읽을 드러커의 영문 원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피터 드러커는 경제학과 경영학에 ‘조직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라는 인본주의를 심은 인물입니다. 숫자와 그래프로만 설명할 수 없는 세계라는 걸 학술적으로 알려줬죠. 드러커는 어떤 이야기든 자신만의 스토리로 소화해서 쉽게 설명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요. 조직 운영 리더십의 원칙을 중시한 드러커의 정신은 현재 한국의 어지러운 정국을 바로잡을 힘이 돼 줄 겁니다.”

‘불세출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영문원서 연구회인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 회원들은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모여 입을 모아 이같이 말했다. 고(故)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의 장남이자 모임 회원인 이인국 카페 빈스드랍 대표는 “선친이 평생을 드러커 연구에 바친 만큼 나 역시 드러커리안으로서 여기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게 영광”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은 2011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에서 ‘드러커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이 전 총장의 수업을 들은 각계각층 인사들이 모여 조직했다. 현재 회원은 19명이며, 매달 셋째주 화요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남산서울클럽에서 드러커의 책을 읽고 공부와 토론을 한다. 지금까지 10여권을 읽었다. 국회예산정책처장을 지낸 신해룡 호서대 교수는 “우리 모임은 회비와 회칙이 없고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라며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각자의 생각을 주저 없이 말하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회원의 면면은 다채롭다. 산업계, 학계, 정·관계, 언론 등 다양한 출신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이 대표와 신 교수를 비롯해 전 과학기술부 장관인 박호군 3650로터리클럽 총재, 이경열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연수원장(인덕대 교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후원자로 유명한 민남규 JK그룹 회장,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 최재정 JSB도시환경 대표, 하영목 전 LG CNS 상무(중앙대 교수), 문정엽 힘랩 대표, 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장, 김재우 한국코치협회장, 김상래 성도GL 회장, 《피터 드러커로 본 경영의 착각과 함정들》을 비롯 드러커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등이 있다.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에서 실질적 강사 역할을 맡고 있는 송경모 대표는 “드러커의 영문 원서를 읽다 보면 단어는 쉬운데, 그 안에 함축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하나로 번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책 한 권을 갖고 몇 달을 서로 머리를 싸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정엽 대표는 “드러커는 자연생태주의자 같다”며 “조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서 물 흐르듯 유창하게 설명하는 걸 보면 정말 천재임이 분명한데, 차가운 학자가 아니라 친근한 옆집 아저씨같이 다가온다”고 했다. 민남규 회장은 “요즘 중국에 드러커 열풍이 불고 있으며, 서양 경영학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현장을 많이 본다”며 “조만간 경영학 연구 부문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할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회원들은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은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어떻게 하면 가치 있게 살 수 있을까’란 화두를 늘 안고 산다”며 “그렇기에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끝없이 공부하고 질문한다”고 강조했다. “드러커는 ‘호기심을 잃는 순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죠. 우리에겐 그게 좌우명입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