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일' 1주 새 바뀐 가격표, 피로감 커지는 백화점 세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장에서
지난달 큰맘 먹고 백화점에서 겨울 코트를 한 벌 샀다. 연말 세일 중이었다. 한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세일 제외 상품이었다. 매니저가 다가와 말했다. “이건 딱 두 장 남았어요. 앞으로도 세일 안 할 거예요.” 이어 “만약 세일에 들어가면 제가 돈 돌려 드릴게요”라고도 했다.
지난 주말 그 매장 앞을 다시 지나게 됐다. ‘시즌오프 20%’라고 붙어 있었다. 매장으로 가 얼마 전 산 옷을 가리키며, 세일하냐고 물었다. 다른 매니저는 “네”라고 답했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다음날 온라인 쇼핑몰에 반값으로 풀렸을 때의 심정을.
옷을 판 매니저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상 고객’이 되기로 작정했다. 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매니저는 “장사가 너무 안돼 어쩔 수 없었다”며 10만원가량을 돌려줬다. 차액을 받았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비싸도 백화점에 가는 이유는 품질 가격 서비스 등에 대한 믿음 때문인데, 그 신뢰가 무너진 기분이었다.
지난해 백화점은 최장 185일간 세일을 했다고 한다. 이틀에 한 번꼴이었다. 올해는 백화점이 신년 세일을 앞당기고, 기간도 5일이나 더 길게 잡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은 정기 세일을 1년에 59일로 합의해 놓고 영업했다. 신제품은 정가에 팔고, 시즌이 지나면 20~30% 할인해줬다. 지금은 다르다. 신제품도 나오자마자 세일이다. 해외 명품도 40%씩 할인 판매한다. 해외 직구가 늘고, 누구나 인터넷 최저가 검색을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구입한 물건값이 1주일도 안 돼 뚝 떨어지면 백화점을 찾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1년 내내 세일하는 곳에서 정가에 사는 사람이 있을까. 백화점이 연중 세일을 하니 브랜드들이 애초에 세일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높이 책정하는 게 아니냐고 소비자들은 의심한다. 차라리 일정한 할인율로 정기 세일만 하는 게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소비자 가격의 거품을 빼는 방법은 아닐까. 세일 피로감이 크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지난 주말 그 매장 앞을 다시 지나게 됐다. ‘시즌오프 20%’라고 붙어 있었다. 매장으로 가 얼마 전 산 옷을 가리키며, 세일하냐고 물었다. 다른 매니저는 “네”라고 답했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다음날 온라인 쇼핑몰에 반값으로 풀렸을 때의 심정을.
옷을 판 매니저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상 고객’이 되기로 작정했다. 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매니저는 “장사가 너무 안돼 어쩔 수 없었다”며 10만원가량을 돌려줬다. 차액을 받았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비싸도 백화점에 가는 이유는 품질 가격 서비스 등에 대한 믿음 때문인데, 그 신뢰가 무너진 기분이었다.
지난해 백화점은 최장 185일간 세일을 했다고 한다. 이틀에 한 번꼴이었다. 올해는 백화점이 신년 세일을 앞당기고, 기간도 5일이나 더 길게 잡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은 정기 세일을 1년에 59일로 합의해 놓고 영업했다. 신제품은 정가에 팔고, 시즌이 지나면 20~30% 할인해줬다. 지금은 다르다. 신제품도 나오자마자 세일이다. 해외 명품도 40%씩 할인 판매한다. 해외 직구가 늘고, 누구나 인터넷 최저가 검색을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구입한 물건값이 1주일도 안 돼 뚝 떨어지면 백화점을 찾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1년 내내 세일하는 곳에서 정가에 사는 사람이 있을까. 백화점이 연중 세일을 하니 브랜드들이 애초에 세일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높이 책정하는 게 아니냐고 소비자들은 의심한다. 차라리 일정한 할인율로 정기 세일만 하는 게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소비자 가격의 거품을 빼는 방법은 아닐까. 세일 피로감이 크다.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