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20일…관련자 무차별 소환 논란
최순실 국정농단 규명 위해 출범했는데
삼성 이어 SK·롯데·부영 등 기업 정조준
박 대통령 5촌 살인사건까지 수사 대상에
특검팀은 신 총재를 소환한 이유에 대해 “육영재단 재산 형성 관련”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재산과 형성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특검팀은 이 밖에도 ‘육영재단 폭력사태’와 ‘박 대통령 5촌 살인 사건’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시작된 박영수 특검 수사의 전선이 갈수록 확대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법 확대해석
정부가 진보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검팀은 이날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정보원 수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최순실 씨와 블랙리스트가 직접적 관련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연결고리가 파악된 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수사의 근거는 ‘특검법 2조 15호’라고 말했다.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14개 수사대상을 2조 1~14호에 명시한 뒤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그 밖의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2조 15호다.
하지만 법조계는 “특검팀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1~14호보다 15호에 집중해 과도하게 수사를 확대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 특검보는 특검 출범일 당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과 관련된 뇌물 의혹을 비롯해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사건, 김기춘·우병우의 직무유기 의혹 그리고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에 대한 무차별 수사도 문제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에 이어 SK·롯데·부영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총수 등 관련자를 대거 출국금지하면서 기업 경영에 적지 않은 차질을 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외에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등에게도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6월 롯데그룹 수사를 시발로 검찰의 기업 때리기가 끝 간 데 없이 이어지면서 재계는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치수사’ ‘별건수사’ 지적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특검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검이 박근혜 정부 심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로펌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육영재단’ 등 최씨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건까지 인지사건이라는 이유로 묶어서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별건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중립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직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검의 탄생 배경은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특검이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정치적 도구가 됐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검팀의 공식 수사는 작년 12월21일 시작됐다. 3일 뒤인 24일 최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조여옥 대위가 처음 소환됐다. 이후 매일 사무실로 관련자를 부르고 있다. 수사 개시 20일째인 9일 현재까지 소환자는 총 30여명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