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국산 소고기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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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미국산 소고기가 13년 만에 호주산을 제치고 수입 소고기 1위 자리를 탈환했다고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소고기 수입량은 통관 기준 1만3921t으로 1만310t에 그친 호주산을 제쳤다. 미국산이 1위 자리에 복귀하는 데는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는 2001년 수입 자유화 이후 LA갈비 등을 앞세워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다. 한우보다 싼 가격을 앞세운 덕분이었다. 그러나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한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됐고 호주산이 그 자리를 대체하며 자연스레 수입 소고기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후 미국은 광우병 재발 사례가 없어졌다며 한국에 수입 재개를 요구해왔다. 수차례 협상 끝에 2008년 ‘30개월 미만’에 대해서 수입 재개가 결정됐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된 바로 그 결정이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고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이런 루머에 기름을 끼얹었다. 관련 프로그램을 번역하며 오류가 있었던 데다 광우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더 낮은데도 주저앉는 소의 모습을 보여주며 광우병 공포를 과장 보도했다.
이른바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자극적 구호가 난무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진보단체 시민단체들은 수입 결사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앞, 광화문 일대는 촛불시위대로 넘쳐났다. 중·고등학교 학생은 물론 유모차를 앞세운 시위대까지 등장했다. 2011년 9월 MBC는 해당 보도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제작진은 정직과 감봉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 사과방송을 정정해달라는 당시 제작진의 소송도 최종 기각했다. 광우병 소동이 벌어진 지 8년이 지났다. 미국산이 1위를 되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광우병 소동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시 촛불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의 사과나 참회는 들어볼 수가 없다.
요즘 촛불시위를 보면 여러 면에서 광우병 당시가 오버랩된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진보·시민단체들의 가세, 몇몇 연예인의 참여와 인터넷 및 SNS를 통한 루머의 확산, 다수 대중의 시위 참여 등에서 그렇다. 지금도 온갖 루머가 난무하지만 의외로 확인된 사실은 많지 않다. ‘미국산 소고기 1위 탈환’ 보도를 보면서 이번 촛불집회가 혹시 ‘제2의 광우병 소동’으로 후세에 남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미국산 소고기는 2001년 수입 자유화 이후 LA갈비 등을 앞세워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다. 한우보다 싼 가격을 앞세운 덕분이었다. 그러나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한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됐고 호주산이 그 자리를 대체하며 자연스레 수입 소고기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후 미국은 광우병 재발 사례가 없어졌다며 한국에 수입 재개를 요구해왔다. 수차례 협상 끝에 2008년 ‘30개월 미만’에 대해서 수입 재개가 결정됐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된 바로 그 결정이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고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이런 루머에 기름을 끼얹었다. 관련 프로그램을 번역하며 오류가 있었던 데다 광우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더 낮은데도 주저앉는 소의 모습을 보여주며 광우병 공포를 과장 보도했다.
이른바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자극적 구호가 난무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진보단체 시민단체들은 수입 결사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앞, 광화문 일대는 촛불시위대로 넘쳐났다. 중·고등학교 학생은 물론 유모차를 앞세운 시위대까지 등장했다. 2011년 9월 MBC는 해당 보도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제작진은 정직과 감봉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 사과방송을 정정해달라는 당시 제작진의 소송도 최종 기각했다. 광우병 소동이 벌어진 지 8년이 지났다. 미국산이 1위를 되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광우병 소동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시 촛불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의 사과나 참회는 들어볼 수가 없다.
요즘 촛불시위를 보면 여러 면에서 광우병 당시가 오버랩된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진보·시민단체들의 가세, 몇몇 연예인의 참여와 인터넷 및 SNS를 통한 루머의 확산, 다수 대중의 시위 참여 등에서 그렇다. 지금도 온갖 루머가 난무하지만 의외로 확인된 사실은 많지 않다. ‘미국산 소고기 1위 탈환’ 보도를 보면서 이번 촛불집회가 혹시 ‘제2의 광우병 소동’으로 후세에 남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