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드 경제보복은 중국에도 득보다 실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미(對美) 무역흑자국들을 상대로 보호주의 칼날을 갈고 있는 사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해 온 중국이 노골적인 경제보복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부산에 새로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며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통보해 왔다.

이 중에서도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에 취한 일련의 경제조치들은 중국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참기 어려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 중국은 화장품 등 소비재에서 폴리실리콘 등 부품·소재에 이르기까지 규제 변경이나 인증 기준의 강화는 물론이고 무분별한 반(反)덤핑 제재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한한령(限韓令)에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를 상대로 세무조사까지 벌이더니 이제는 한국행 전세기 운항마저 중단시켰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득(得)보다는 실(失)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한·중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경제협력사업의 구체적인 이행은 물론이고 한·중 FTA 후속 협상의 개시와 적기 타결 또한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중 FTA 발효 후 지난 1년간 양국의 교역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주요 요인으로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 둔화와 중국 기업의 수입대체 약진을 들 수 있다. 여행이나 운송, 연예, 오락 등 서비스 무역과 전자상거래 실적이 그나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도·소매업이나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對中) 서비스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은 양국 모두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투자 관련 후속 협상의 개시와 전자상거래 규제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양국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 불행한 사태가 터진 셈이다.

둘째, 중국의 이번 보복 조치들은 외교적 실익 없이 미·중 혹은 한·중 통상마찰만 심화시키는 악재로 끝날 공산이 크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는 올봄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시장경제지위(MES) 인정을 당분간 거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총액의 약 45%가 대중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그 이유를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시장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시장 개입 행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의 해법은 무엇인가. 당장은 보복조치들의 국제규범 합치성 여부를 판단해 문제가 있는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한·중 FTA를 통해 확보한 양자 협의 채널을 적극 가동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도 미국과 같이 ‘중국 불공정 무역조치들의 피해자’라는 여론을 국제사회에 형성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보호주의 칼날의 또 다른 타깃이 되는 불행한 일은 피했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협의를 통해 양자 FTA 협상 기반을 굳건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미·일 3자 FTA 추진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이 중간 매개자가 돼 한·미·일 3국 협업에 기초한 스마트 산업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고 정책 공조 시스템까지 효과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면 한국의 대중, 대북 협상력도 눈에 띄게 제고될 것이다.

중국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을 압박해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스스로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대국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의 당당한 일원이자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서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허윤 <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