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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핫’한 투자처다. 저렴한 수수료로 세계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서다. 2001년 1091억달러였던 세계 ETF 자산 규모는 2015년 말 2조9590억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1300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 ETF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게 미국이다. 미국 ETF 시장에는 1700여개 종목, 300여개 섹터의 ETF가 상장돼 있다.

국내 투자자, 원자재 3배 ETF에 몰려

달러 환차익·자산배분 효과…미국 ETF로 돈 몰릴 만하네
국내 투자자도 미국 ETF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누적 거래대금은 122억달러(약 14조5000억원)로 나타났다. 3년 전(56억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증권 거래대금의 40~50%를 미국 ETF 투자금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2014년부터 폭증했다. 그해 79억달러어치가 거래됐고 이듬해는 140억달러로 늘었다. 거래를 주도한 것은 원유 ETF였다. 2015년 가장 많이 거래된 해외 주식 1위는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오르면 세 배 수익을 내는 ‘VELOCITYSHARES 3X LONG CRUDE’(코드 UWTI), 2위는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세 배 수익을 내는 ‘VS 3X INV CRUDE’(DWTI)였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1~2년간 원유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가 상승과 하락 ETF에 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해 거래된 해외 주식 상위 10위권에 든 6개 종목이 ETF였다. 지난해 역시 10위권 6개를 ETF가 차지했다. MVIS 글로벌 금광지수의 세 배를 추종하는 ‘DIRXN DAILY JR BULL GOLD 3X(JNUG)’, 유가가 오를 때 세 배 수익을 내는 ‘VS 3X LONG CRUDE(UWTI)’ 등 원자재 세 배 레버리지 ETF에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몰렸다.

달러 투자와 자산 배분을 동시에

투자자들은 미국 ETF의 장점을 자산 배분과 달러 투자라는 말로 요약한다. 개별 종목이 아닌 전체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ETF에서 자산 배분은 핵심 키워드다. 이에 더해 달러로 거래한다는 것이 미국 ETF의 장점이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환 분산투자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최근 같은 달러 강세장에선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두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은 1000원 초반대에서 1200원까지 치솟았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부장은 “일정 금액을 항상 달러로 보유해야 미국 ETF를 거래하는 만큼 자연스레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며 “투자 자산으로서도 업종 분석이 어려운 주식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ETF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세 배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정방향)·인버스(역방향) ETF가 있다. 다소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지수 변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 자산 측면에서도 국내보다 선택폭이 넓다. 원유 ETF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에는 원유선물을 추종하는 상품과 미국 원유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ETN 포함) 7개가 상장돼 있다. 미국은 원유선물을 양방향에서 세 배를 추종하는 상품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인 엑슨모빌 쉐브론(Energy Select Sector SPDR Fund)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탐사 시추 등 원유와 관련한 다양한 공정에 개입하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ETF도 상장돼 있다.

ETF의 기초자산이 미국에서 거래된다는 점도 ‘미국 직투’의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원유와 관련한 선물이나 원유 시장은 국내 기준으로는 미국 시장이 열리는 밤에 개장한다. 국내 ETF로 원유에 투자할 경우 장이 다 끝난 뒤 낮에 매매하게 되는 셈이다. 적절한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ETF 거래 방법은 일반 해외 주식 거래 방법과 똑같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든 뒤 원화를 입금해 환전하거나 바로 달러를 입금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미국은 한국 기준으로 밤 10시30분~새벽 5시가 거래시간이다. 거래 후 계좌 반영일은 매수 주문을 내고 나흘 뒤, 매도 주문 후 닷새 뒤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