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던 유가가 주춤하고 있다. 강세를 이어가던 달러화 가치도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조정을 거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두 지표의 변화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취임이 달러가치 변곡점”

유틸리티·식음료·항공주 '햇살' 드나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3달러(3.8%) 하락한 배럴당 51.96달러에 장을 마쳤다. 작년 12월16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3.78% 급락했다.

세계 2위 산유국 이라크의 남부 지역 12월 원유 수출량이 하루평균 351만배럴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이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하락세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약속에도 유가가 계속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감산 합의가 이행될 가능성이 낮고 트럼프가 에너지 증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기 때문에 상승세가 점차 꺾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가치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약(弱)달러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1200원 수준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외국인 수급이 개선돼 국내 증시에는 당분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ETN 관심

유가와 달러가 하락 전환하면 1차적으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주가 대표적이다. 연료비의 33%를 차지하는 가스와 민자발전회사들이 생산한 전력을 사오는 비용이 유가에 후행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달러 하락하면 한국전력의 분기 영업이익은 7000억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밀 콩 설탕을 수입하는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사 등 식음료 업체도 원료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철광석 석탄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고 달러 강세가 해소되면 여행객 수요가 늘어 하나투어 등 여행주가 혜택을 받는다.

원유 가격 하락에 연계하는 금융상품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 선물 가격을 반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대표적이다. WTI 가격 움직임을 반대로 복제한 ‘신한 인버스 WTI 원유 선물 ETN(H)’은 10일 3.29% 오른 1만1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약 10억원어치로 전 거래일보다 3배 가까이 늘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TIGER 원유인버스선물(H)’도 3.12% 오른 1만2400원에 마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