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구두 제작회사 케이슈즈의 조맹섭 대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문위원 출신인 은퇴 과학자다. 65세이던 2015년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구두를 제작하는 회사를 차렸다. 케이슈즈는 3차원(3D) 스캐너로 발 모양을 파악한 뒤 구두 제작에 사용되는 발 형태 틀인 구두골을 3D 프린터로 찍어내 발등, 발꿈치, 발볼이 편한 구두를 제작한다. 조 대표는 “30년 전 KAIST 통계분석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구두골 설계 기준 제정과 관련한 연구에 참여했다”며 “당시 연구에 깊이 빠진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TRI가 10일 조 대표를 포함해 ETRI 출신 연구원들의 창업 과정과 시행착오를 담은 책 《꿈을 꾸다 미래를 훔치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2015~2016년 ETRI 예비창업 지원제도를 통해 창업에 성공한 휴라, 베이비플러스, 큐유아이, 메타파스 등 작지만 강한 기업 13곳의 도전기를 담았다.

ETRI 책임연구원 출신인 김상태 휴라 대표는 “ETRI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창업은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며 “창업자야말로 사람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고 했다.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장치를 제조하는 구버넷의 정기웅 대표는 “창업자들은 죽음의 계곡을 버틸 충분한 자금과 전략, 뚜렷한 기술 외에도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 출신 창업자들의 도전기는 ETRI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