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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기르는 즐거움만큼이나 수고로움도 많다. 털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긴다든지 배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친구가 인공지능(AI)을 갖춘 애완로봇, 즉 ‘AI 펫(pet)’이다. 일본 소니가 1999년 개발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는 2006년 단종될 때까지 15만대 이상 팔렸다. 부품 부족으로 사후서비스가 중단되자 구매자들이 유명 사찰에 모여 합동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이들의 75%가 아이보를 기계 이상의 존재로 여겼고, 48%는 ‘생명체 같은 속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주인에게 재롱도 부렸으니 그럴 만하다.
구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강아지 ‘스팟 미니’는 주인과 밀고 당기는 장난을 치거나 엉덩이를 좌우로 들면서 애교를 부린다. 몸을 낮춰서 식탁 아래로 지나가고 집게로 빈 캔을 집어 휴지통에 버릴 줄도 안다. 아쉬운 것은 한 번 충전으로 90분밖에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 그러나 이것도 기술 발전에 따라 곧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강아지 로봇 ‘미로’는 독거 노인들의 벗이자 간병인 역할까지 맡고 있다. 노인 곁을 따라다니며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누가 찾아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 준다. 외로움을 덜기 위한 가벼운 대화도 나눌 줄 안다. 카메라로 노인의 움직임을 매일 점검하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가족이나 병원에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
고양이 로봇도 있다. 미국 완구전문업체인 하스브로가 내놓은 ‘조이 포 올(Joy for All)’은 진짜 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고 ‘야옹~’ 소리도 낸다. 사람이 만지거나 안아주면 그대로 반응한다. 배와 머리, 등에 달린 센서 덕분이다. 사용자들은 ‘긴장을 풀어주고, 안정감을 주는 데다 외로움도 덜어준다’며 대만족이라고 한다. 가격이 99달러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물개 로봇 ‘패로(PARO)’는 인간과 교감하며 정신적 치료를 돕기도 한다. 머잖아 인공지능을 갖춘 앵무새나 물고기 로봇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기계와의 반려 관계가 되는 셈이다. 인간은 과연 무엇을 선호하게 될 것인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