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산 화장품에 무더기 수입 불허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국내 화장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일 중국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중국질량감독총국(품질관리국)은 지난 3일 ‘2016년 11월 수입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28개 제품 중 19개가 애경 이아소 등 한국산 화장품이었다. 중국 정부의 수입 불허 조치로 11t에 달하는 한국산 화장품이 반품 조치됐다. 에센스, 크림, 자외선 차단 로션 등 중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이번에 수입 불허 조치를 받은 28개 제품에는 영국산과 태국산 화장품도 일부 포함됐다. 하지만 전체 불허 품목 중 한국산 제품 비중이 68%에 달해 유독 한국산 제품에만 까다로운 통관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더기 수입 불허 조치를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사무소는 그동안 수입통관이 까다로운 식품과 화장품 두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불허 조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작년 11월 명단의 경우 전체 수입 불허 품목 178건 가운데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7.4%였다. 이 비중이 작년 9, 10월에는 4%대였지만 앞서 8월에는 25.8%로 치솟은 적이 있다.

작년 11월에 수입불허 판정을 받은 19개 한국산 화장품 중 13개는 중국 둥관에 있는 수입 업체가 한국의 중소 화장품기업 이아소로부터 수입하려던 제품이었고, 불허 사유도 ‘서류미비’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화장품업계에서는 그러나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언제든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수입 불허 조치된 제품 가운데는 이아소뿐 아니라 꾸준히 제품을 판매하던 애경의 목욕 세정제, CJ라이온의 라이스데이 샴푸도 있었다. 애경 제품은 성분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CJ라이온 제품은 원재료 함량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수출하지 못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수입 불허 조치의 이유가 점점 소소한 것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당장 큰 타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수입이 금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이수빈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