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작 로맨스물 ‘얼라이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작 로맨스물 ‘얼라이드’.
“키스해줘요,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어요.”

프랑스 레지스탕스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코티아르 분)는 영국 정보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과 부부 행세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독일 대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영국으로 가서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나 아내가 독일 스파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당국의 통보에 바탄은 아내의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도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나선다. 72시간 내에 아내의 결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가 아내를 직접 처형하는 게 정보계의 불문율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얼라이드’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제작한 웅장한 스케일의 로맨스물이다. 전쟁 속 남녀가 개인적인 사랑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를 그려낸다. 극중 바탄이나 관객들조차 마리안이 스파이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출했다. 사랑에 빠지면 연인의 감춰진 이면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당신의 연인을 잘 아는지 묻는다. 연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고민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참모습이 겉모습과 다를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란 이 같은 질문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표현하기 좋은 장치다.

‘포레스트 검프’로 유명한 테크니션인 저메키스 감독은 형식 면에서도 내용과 일치하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카사블랑카에서 위장 부부로 행세하는 모습, 런던에서 결혼해 정식 부부로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 바탄이 아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프랑스로 잠입하는 시퀀스 등이다. 스크린은 밝고 화려한 색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둡고 좁은 공간으로 퇴화된다.

카사블랑카 신에서 두 사람은 모래 언덕과 건물 지붕 등 탁 트인 경관이나 사교계 파티 등을 배경으로 위장 부부답게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연미복을 입고 종종 등장한다. 런던에서는 현실을 반영하듯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 아내가 딸을 낳는다. 위기일발이다. 두 주인공은 단란한 가정집에서 평상복을 입고 나온다. 그러나 마리안이 스파이로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공간은 취조실, 프랑스 감옥, 좁은 방 등으로 밀실공포증을 강화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