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냥 마음 편하게 나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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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
![[한경에세이] 그냥 마음 편하게 나누시지요](https://img.hankyung.com/photo/201701/AA.13091721.1.jpg)
기부라는 개념은 자선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도출된다. 자선을 뜻하는 영어 ‘charity’와 ‘philanthropy’ 모두 나눔의 행위를 의미하는데 결국 자선이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을 위해 시간과 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기부 또는 자선이라고 하면 흔히 사회적 직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사회적 직위나 신분의 높낮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을 불문하고 평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은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간 빈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고 그 제도의 시행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세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그 세금을 피하기 위해 비과세상품 또는 감세상품을 고안해 내고 때론 탈세를 하기도 하고, 정부는 또다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피곤한 머리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언제까지 이런 행태가 반복돼야 할까.
기부와 자선이라는 의미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는 것이라면 그런 행위는 더 이상 어느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의무로써 행해야 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저마다 가진 것을 나누는 행위가 돼야 한다. 남을 돕는다는 말보다 남과 나눈다는 말이 더 아름답다. 주역에서는 손상익하(損上益下) 즉 위의 것을 덜어서 아래에 이익을 주면 위와 아래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한다.
나누면 받는 사람도 즐겁지만 주는 사람도 더 행복해진다. 나누면서 살면 내 삶이 행복해진다. 그것은 기쁨이며 즐거움이다.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의무라고 생각하지 말고 또는 의무감에서 체면치레로 보여주는 나눔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기꺼이 그냥 나누는 사회, 있는 사람은 조금 덜 있는 사람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몫을 나누고 조금 부족한 사람은 또 그보다 더 부족한 사람을 위해 조금씩 나누는 사회, 그것이 진정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도우면서 사는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