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4.4㎏으로 닭고기(15.4㎏), 소고기(11.6㎏)를 압도했다. OECD 평균 소비량(21.9㎏)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맛있는 돼지고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3월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육각’은 유통과정을 단축해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AIST 수학과 출신의 김재연 대표(27·사진)는 소프트웨어에서 그 답을 찾았다.

김 대표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친척집에서 직접 도축한 돼지고기를 자주 먹었다. 하지만 대전으로 진학한 뒤 먹은 고기는 이보다 맛이 없었다. 비밀은 도축 날짜였다. 우연히 사먹은 고기의 도축 날짜를 확인해 보니 석 달 가까이 지나 있었다. 도축장을 찾아가 갓 잡은 돼지고기를 먹어 보니 그제서야 어릴 때 먹은 것과 비슷한 맛이 났다. 김 대표는 “시중 돼지고기의 평균 유통기간은 20일”이라며 “돼지고기는 도축한 지 5일 이내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유통 과정이었다. 돼지고기가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보통 여섯 단계를 거친다. 처음 세 단계는 도축과 발골 등 가공 과정이지만 뒤의 세 단계는 도매상들이 지역 범위를 좁혀 나가는 유통이다. 정육각은 이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한다. 유통 기간을 20일에서 5일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

정육각의 핵심 경쟁력은 생산과 포장의 자동화다. 세절기계와 포장기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자동으로 상품이 만들어진다. 대전에 200㎡ 규모 공장이 있는데 직원 두 명이 관리하고 있다. 고기를 처음 기계에 올려놓기만 하면 포장까지 손댈 필요가 없다. 덕분에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택배로 고기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고기는 1등급 암퇘지의 삼겹살과 목살이다. 한 농장으로부터 돼지고기를 공급받고 있는데 판매량이 더 늘어나면 농장의 물량을 전부 받는 대신 종자와 사료까지 정해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넘지 않았지만 첫 달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닭도 판매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닭은 돼지보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며 “지금은 도계 이후 식탁에 오르기까지 3~5일이 걸리는데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닭을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