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료원 '차세대 의료기술 연구' 속도 낸다
고려대의료원(의료원장 김효명·사진)이 의료기술 분야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에 비해 진료 실적은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연구중심병원 사업에선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실용연구를 늘리기 위해 외부 기술자 등에게 병원 문을 개방하고 각종 융합연구를 하는 등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초연구 사업화로 성과

연구중심병원은 대형 대학병원의 연구역량을 강화해 의료기기, 제약 등 유관분야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 10곳이 지정돼 있다. 이들 의료기관의 지난해 기술이전 수입은 55억원이었다. 이 중 62%인 34억원이 고려대의료원이 벌어들인 기술이전 수입이다. 국내 최대 바이오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한 해 기술이전 수입보다 네 배가량 많은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의 2015년 기술이전 수입은 9억원에 그쳤다.
고려대의료원 연구원이 치료물질 실험을 하고 있다. 고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 연구원이 치료물질 실험을 하고 있다. 고대의료원 제공
활발한 기술 이전을 이끈 것은 의료기술 자회사다. 고려대의료원은 7개 의료기술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초음파 골절 치료기, 기능성 화장품 등을 제작한다. 뉴라클사이언스도 그중 하나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최근 중추신경 손상 치료 물질을 개발해 동물실험까지 마쳤다. 자산가치만 250억원에 달한다.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연구부원장은 “뉴라클사이언스에서 나온 수익을 기초 임상연구에 재투자해 또 다른 연구를 시작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과 병원 간 기술 융합도

고대의료원 '차세대 의료기술 연구' 속도 낸다
외부 업체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 부품을 납품하던 참엔지니어링은 고려대안암병원과 협력해 마취 정도를 확인하는 마취심도측정기를 개발했다. 개발을 담당한 최상우 선임연구원은 “병원과 교류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임상시험도 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메디칼은 고려대안암병원과 함께 수액이 떨어지는 속도와 양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병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환자에게 수액이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했던 간호사들이 간호스테이션에 앉아 모니터로 수액 투여 현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종우 에이스메디칼 대표는 “기기 개발 단계부터 간호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오차를 줄여 나가며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등 미래 먹거리 발굴

고려대의료원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병원을 개방하고 있다. 2012년엔 해부학 학습용 기기 등을 갖춘 실용해부센터를 개방했다. 관심 있는 기업인은 이곳을 찾아 의료진과 토론도 할 수 있다. 외부 기술을 의사들에게 소개하는 기술 교류 세미나도 매주 연다.

연구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첨단 의료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KU-매직’ 프로젝트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구전담조직인 융합연구원을 만들어 국내외 석학 3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병원 내에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최적화된 임상병실을 구축하고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