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대장주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계약 해지 충격과 상대적으로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에 투자자들이 잇따라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매도 물량까지 몰리고 있다.

한때 84만7000원까지 치솟으며 ‘바이오랠리’를 이끌었던 한미약품은 작년 두 건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충격에 주가가 1년 새 60% 가까이 떨어졌다. 한미약품의 추락은 제약업계 전반의 연구개발(R&B)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고 투자심리 약화를 불러왔다. 주가도 올 들어 20만원대로 하락한 뒤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매도 물량까지 몰려 낙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일 전체 주식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위 종목은 대부분 제약·바이오주였다. 상위 10개 종목 중 8개를 차지했다. 동국제약(46.9%) 신풍제약(42.9%) 쎌바이오텍(42.3%) 안국약품(41.6%) 환인제약(41.5%) 등은 공매도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공매도 물량이 몰린다는 것은 주가에 ‘거품’이 끼였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전망이 어두워지자 국민연금은 최근 제약·바이오주 비중을 줄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한미약품 지분율을 7.1%에서 6.1%로 줄였다. 이외에도 녹십자 종근당홀딩스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의 비중을 낮췄다.

업체들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한미약품 쇼크’가 다소 진정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을 제외하면 상위 제약업종의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독감 유행으로 종근당 녹십자 등이 백신 공급 확대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