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12일 귀국…"설까지 정치권과 거리 두고 민생 행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12일 귀국해 ‘국민 통합 메시지’를 전하며 대선 행보에 나선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까지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민심 행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유동적인 정치권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선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지만 그의 앞길에 ‘꽃길’만 놓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치보다 민생 행보 주력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5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귀국 소감을 밝힌다. 국민 화합과 국가 통합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1일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싶어한다”며 “설 연휴까지는 정치 행사나 정국에 영향받지 않고 민생 행보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입국 과정에서의 의전과 경호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입국 뒤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가려 했으나 여행객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승용차편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3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시작으로 14일에는 고향인 충북 음성과 노모가 거주하는 충주를 찾을 계획이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도 방문할 예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3부 요인과도 만난다. 다만 설 연휴까지 정치인들과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반 전 총장 앞에 놓인 네 갈래 길

반 전 총장이 대선 가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독자 신당 창당,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 선택, 제3지대에서 여러 세력을 묶어 ‘빅텐트’를 치는 것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창당에 대해 이 대변인은 “국민 목소리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반 전 총장 측은 시간이 촉박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대선을 도와줄 제3당을 언급한 바 있고, 측근들도 기존 정당과 두루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의 변수는 새누리당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 색채를 옅게 하고, 당을 뛰쳐나간 바른정당과 다시 힘을 합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반 전 총장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측근들의 견해다. 개헌을 고리로 반문(반문재인) 세력을 묶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야권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헌을 강조하며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 주자들은 반 전 총장 견제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충청북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또는 제3지대와 손잡고 정치를 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 전 총장과 제3지대 개편 등 대선을 앞두고 급조되는 이 정당정치를 철새정치로 규정한다”고 비난했다. 김부겸 의원도 반 전 총장에 대해 “이제는 그분의 명성이나 경력만 갖고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신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지지층은 60·70대, 지역적 기반은 대구·경북(TK)과 충청에 편중돼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외연을 넓히기 위해 보수·TK와 거리를 두면서 중도 잡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자칫 집토끼까지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생과 조카가 미국에서 뇌물혐의로 기소되는 등 검증도 넘어야 할 벽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