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았다. 위법한 증거 수집이다.”(최순실·안종범 측 변호인)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검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1일 재판에서 작심한 듯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하자가 있다며 반격하고 나서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에서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이 작성한 17권의 업무수첩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고 내용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최씨의 진술과 달리 교묘하게 조작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조직적인 주장과 저항의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차단해 핵심 증거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제출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검찰이 이날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미르·K스포츠재단의 통폐합 논의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13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게 전화해 재단 통폐합 계획을 알리면서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했고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 씨)에게 말해둘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재단에 기금을 낸 LG유플러스, SK, KT 등 대기업 임원들이 “청와대의 관심 사항인 데다 경제수석 지시라 기금 출연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도 증거로 냈다.

최씨는 검찰이 공개한 피의자 진술조서에서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을 알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했다”며 연설문 등을 수정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자신이 수정한 부분은 대체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으로, “이메일로 받아서 수정한 뒤 메일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등은 어떻게 수정했는지 묻는 검찰에 “내가 철학자도,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전체 말씀 자료를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평소 대통령 철학을 알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결국 국민은 대통령 말씀을 통해 피고인 최순실의 철학을 들은 게 아닌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상엽/구은서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