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일 시인 못한다…이 부회장 유고 땐 피해 막대할 것"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검팀에 출석한 12일, 삼성 서초사옥에는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려진 듯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형사처벌 여부와 수위가 삼성그룹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전날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뇌물공여 피의자'로 지칭한 터라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조사에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은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 전달한 35억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에 대한 대가, 즉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그 돈이 '권력의 힘에 눌려 뜯긴 피해금'이라고 강조한다.

또, 승마 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은 그 정황 증거 중 하나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독대 바로 다음 날 승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던 이영국 상무 등 2명이 경질된 일을 든다.

만약 삼성이 합병과 관련해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면 청와대에서 경질 요구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최 씨 모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특검은 합병의 대가로 삼성이 승마 지원 방식의 뇌물을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제적 공동체'인 최 씨 측에 제공했고 그런 결정의 정점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는 틀을 짜놓고 수사하고 있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조사 과정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있지도 않은 일을 시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끝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검찰과 특검 수사로 기업 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령탑의 유고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고 이 부회장까지 수감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삼성그룹은 일단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며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들을 놓치는 일이 나올 수 있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금세 외국 경쟁사들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삼성은 걱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