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제안…"수능시험 대신 대입자격고사 도입"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오전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교육 개혁 방안으로 "서울대학교를 폐지하고 대학서열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시장은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 토론회 입시지옥에서 해방·교육혁명의 시작' 대표 발제자로 나서 교육혁명을 위한 10대 개혁방안을 제안하면서 그 첫 번째로 서울대 폐지를 꼽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시장은 "저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교육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며 "온 국민이 교육으로 행복해지는 교육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권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발표를 이어갔다.

박 시장은 "국공립대학교 통합캠퍼스를 구축해 전국 광역시도에서 서울대와 동일한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며 "교육과정과 학사관리·학점을 교류하고 학위를 공동으로 수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교원 순환 강의를 제도화하고 교양수업은 캠퍼스 교환 수강과 모바일 수강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전국 국공립대를 서울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서열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대입 선발 전형 간소화 방안으로 수능 폐지를 제안했다.

박 시장은 "변별력 문제 등 이미 대학에서도 외면받는 지금의 수학능력시험을 전면 재검토 하고 미국 SAT 같은 대입자격고사로의 전환을 검토할 것"이라며 "창조 역량 키우기에 중점 둔 학생부 성적 중심 전형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시장은 교육부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백년대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정권 기호에 맞는 교육을 강요하는 중앙집권적 통제기구인 교육부를 폐지해야한다"며 "교육부의 일상 행정·지원업무는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하고 종합 기획업무는 독립적인 '국가백년대계위원회'가 수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 입학금 폐지와 국공립대 반값등록금의 전면 시행을 주장하고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2018년을 대학교 무상교육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방의 우수 국공립대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도 없고 학교별로 천차만별인 대학 입학금도 당장 없애겠다"고 했다.

영유아 보육 복지도 확대하겠다면서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며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과 교회·성당·사찰 등 종교시설과 협력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을 안 가도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지금 교육제도를 북유럽식으로 바꾸고 고졸자를 우대 채용하는 공공부문의 노력이 사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학교 비정규직도 정규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김민기·유은혜 의원이 주최하고 조희연 서울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공동 주최했다.

박 시장 발표 후 조 교육감과 민 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김학한 교육혁명공동행동 정책위원장이 박 시장 발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며 의견을 제시했다.

장 교육감은 "대학 서열화 문제가 초중등 교육의 파행을 부추기는 주범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서울대 폐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 체질을 개선해 대학의 본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박 시장이 제안한 서울대 폐지론은 앞서 교육단체가 주장해온 내용과 유사하며 이를 의제로 설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국공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는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어 "시도 교육감 협의회에서 초중등 교육을 관리하는 입장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 의제 요구안을 만들어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 교육감은 "서울대 폐지 주장과 관련, 이왕이면 전략적으로 대학 평준화라는 주제를 던지고 논쟁을 주도할 필요성이 있다"며 "서울대 폐지는 대학 평준화 정책의 하부 사안으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당수 서울대 학생들은 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 '대중영합주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박 시장의 발언을 담은 기사들이 즉각 공유됐고 여기에는 "특목고나 서울대 등 특정집단을 기득권으로 낙인찍어 공격함으로써 국민의 박탈감이나 분노를 해소해주는 척하는 방법"이라는 등 댓글이 달렸다.

특히 한 학생은 소위 '좋은학교'를 나와도 '금수저' 출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을 깊이 성찰하지 않고 단순한 표 계산 끝에 내놓은 서울대 폐지론이라면 "포퓰리즘적 행보"라고 꼬집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해관계자'로서 의견을 내기 조심스럽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제안이라는 데는 학생들과 의견이 같았다.

한 교수는 "서울대 폐지론은 이전에도 나왔던 주장"이라면서 "서울대가 국내에서 연구·교육 등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의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이재영 기자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