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직원이 퇴근한 뒤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일정 시간의 휴식을 보장해주는 ‘근무 간 인터벌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 신입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장시간 노동 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이 지난해 12월 이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위생제품 제조업체인 유니참도 지난 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유니참은 직원 약 1500명에 대해 야근 후 다음날 출근시간을 늦추는 방식으로 8시간 이상 휴식을 의무화했다. 근무 기록을 바탕으로 야근한 뒤 쉬지 않은 직원을 상사가 관리·감독한다. 심야근무를 줄이기 위해 이달부터 오후 10시 이후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대형마트인 이나게야도 올해 안에 파트타임 비정규직을 포함해 직원 약 1만명을 대상으로 하루 10~12시간 휴식을 보장하도록 할 방침이다. 출퇴근 근무 일정을 짜는 전산시스템을 아예 바꿔 휴식을 확보해주기로 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지난해 12월 퇴근 후 출근까지 9시간 이상 휴식 확보 대상을 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약 1만4000명 전 사원으로 확대했다. 원래 해외 관련 업무 부서에 한해 시험적으로 시행하던 제도였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3대 통신업체인 KDDI도 이미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 중인 일본 정부는 기업의 인터벌제도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제도가 정착된 유럽 선진국에 비해 일본은 도입이 늦었다는 판단에서다.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제도 시행에 필요한 노무관리용 소프트웨어 구입 등 비용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근무 간 인터벌제도가 다음날 출근시간을 늦출 수 있어 제도 도입 의도와 달리 야근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근 없는 날’을 지정하는 등 다양한 제도와 결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