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갚고 버티는 채무자 늘면 이자 올라 선량한 소비자 피해
확대안 발의한 정성호 의원 "악질적 추심 만연해 불가피"
논란은 지난해 11월 정성호·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감독 대상으로 등록된 대부업체 500여곳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것을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두 의원은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 저축은행 등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소비자 신용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빚을 받아내는 채권추심이 주요 업무인 신용정보업계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일정기간 직접 채권추심을 하다가 추심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신용정보업체에 채권추심을 위탁하거나 대부업체에 매각하고 있다. 채무자대리인제도로 신용정보업체의 추심 행위에 제동이 걸리면 상당수 회사들이 불법 추심이 만연한 비제도권 대부업체에 채권을 매각할 수 있어 채무자의 권익 침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채무자대리인제 확대 적용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며 일종의 채무 회피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금융회사로선 미회수 채권이 늘면 이자율을 올릴 수 있고, 이 경우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 등 2금융권도 불안해하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연체율이 두 배 이상 높은 만큼 아무래도 연체 채권 회수에 부담이 커진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의 대출 규모가 최근 1년 새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추심 대상도 늘었다.
반면 정 의원과 제 의원 측은 “채권자보다 약자인 채무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법안”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제 의원은 “악질적인 추심 행위가 만연해 있어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 같은 법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채무자대리인제도가 채권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규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채권추심법 개정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헌법 23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내용을 고려했을 때 해당 제도는 채권추심회사들의 자유로운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채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다른 기본권인 채권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