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란 무엇인가.’ 물음은 진부하지만, 답은 다채롭다. 누군가는 공기 좋고 마음 편한 목가적 평화로움을 상상한다. 반대로, 힘들게 일해도 수입은 얼마 벌지 못하는 농민의 어려움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인구 감소로 폐허가 된 마을을 떠올리기도 하고, 농촌 특유의 문화를 살려 관광자원이 된 사례를 이야기한다. 농촌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도 있고, 귀농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농촌에서 지내다가 주민들의 텃세에 못 이겨 “농촌에 대한 행복한 상상이 완전히 깨졌다”고 토로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농촌이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하는 답은 없다는 것이다. 농촌과 도시의 경계 기준을 누가 명확히 말할 수 있을까. 각종 산업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다. 농촌은 ‘먹을 것’을 생산하는 장소로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농촌의 주거 및 농사 형태도 시간이 흐르며 계속 바뀌고 있다. 환경 문제를 다룰 때 농촌은 반드시 빠지지 않는다.

영국 농촌지리학자 마이클 우즈는 《농촌》에서 이같이 복잡하고 상반된 이미지를 지닌 농촌에 대해 지리학, 사회학,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주제로 살펴 본다. 부제가 ‘지리학의 눈으로 보는 농촌의 삶, 장소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다. 이 책은 딱딱한 학술 서적이다. 문체도 건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농촌에 대해 다룬 책 중 가장 도발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농촌을 바라본다.

저자가 논하는 농촌은 ‘실재하는 농촌’이다. 각 장(총 9장)의 제목만 봐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선택한 주제어는 ‘접근’ ‘상상’ ‘이용’ ‘소비’ ‘개발’ ‘살기’ ‘수행’ ‘규제’ ‘다시 만들기’와 같은 쉬운 단어다. 하지만 이 주제어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농촌의 의미는 선명해지는 대신 점점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농촌의 주체는 농촌 거주자가 될 수도 있고, 농산물 소비자가 될 수도 있고, 정부 관료나 학자가 될 수도 있고, 농촌 지원 시민단체 종사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농촌이 식량 생산 공간만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레저의 중심지로도 성장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농촌이기 때문에 보존할 수 있는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농촌이란 공간이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 시스템으로 변모했는지, 농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각종 정치 이데올로기에 동원돼 왔는지에 관해서도 지적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알리고 싶은 건 “농촌은 그저 몇 가지 잣대로만 함부로 판단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농촌’을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행간마다 드러낸다. 농촌을 되살리고 보존하려는 여러 활동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각 활동이 가져 오는 부작용에 대해 빼놓지 않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농촌을 관광 공간으로 상품화하는 것은 ‘평온한 농촌’이란 고유의 이미지를 파괴하며, 이는 지역경제의 붕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외부인이 농촌에서 살기 위해 해당 농촌 공동체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농촌의 차이도 극명히 나타난다. 선진국에선 지역주민 참여형 개발을 선호하지만, 개도국에선 여전히 농촌의 산업화에 초점을 둔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농촌은 더 이상 국가별로 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서로 연결고리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