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혈소판으로 난치성 망막질환 황반원공 치료 가능
환자 본인의 혈액으로 난치성 망막질환인 황반원공을 치료하는 임상연구가 국내서 시작됐다.

박영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유리체 내 자가 혈소판 농축액 주입술’을 제한적 신의료기술로 승인받아 이번달부터 임상연구를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제한적 신의료기술이란 대체기술이 없거나 희귀 질환의 치료 및 검사를 위해 신속히 임상에 도입할 필요가 있는 의료기술이다. 정부 승인을 받으면 연구단계의 의료기술이 임상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국가가 지정하는 병원의 지정된 연구팀만이 그 기술을 시행할 수 있다.

물체를 봤을 때 눈에 사물의 초점이 맺혀 모양과 색깔을 인지하는 망막의 중심부를 황반이라고 하는데, 황반원공은 여기에 구멍이 생기거나 조직이 떨어져 나가 물체를 쳐다볼 때 일부분이 보이지 않는 질병이다. 황반원공은 노화와 관련된 질환으로 60세 이상 노년층에서 잘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병을 앓거나 눈에 외상을 입었을 때도 생길 수 있다. 고도근시인 경우 발병 확률이 더 높아진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 위험이 3배 정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팀은 수술이 필요한 황반원공 환자 중 고도근시나 황반에 생긴 구멍의 크기가 커서 기존 방식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수술 후 황반원공이 재발된 환자도 대상이다.

유리체 내 자가 혈소판 농축액 주입술은 채혈한 혈액을 원심분리를 통해 자가 혈소판 농축액을 만들고, 유리체를 절제해 내부로 이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상처치유 성분이 많은 혈소판만을 분리하고 농축시켜 손상된 부위에 주입하는 만큼 세포재생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황반원공 치료에 쓰일 자가 혈소판 농축액의 잠재적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부족한 상태였다”며 “이번 임상연구로 치료효과에 대해 높은 수준의 근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