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7주간 방학해요"…지상파 시즌제 예능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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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정규방송 중단…김태호 PD "도약 위해 재정비"
SBS '씬 스틸러' 시즌제 전환, KBS '언니들…' 시즌2 내달 방영
"제작시간 여유 갖고 만들면 프로그램 수준 확 높일 수 있어
장수 프로 식상함도 탈피"
28일부터 정규방송 중단…김태호 PD "도약 위해 재정비"
SBS '씬 스틸러' 시즌제 전환, KBS '언니들…' 시즌2 내달 방영
"제작시간 여유 갖고 만들면 프로그램 수준 확 높일 수 있어
장수 프로 식상함도 탈피"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오는 28일부터 7주간 정규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2006년부터 방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2012년 MBC 노조 장기 파업 때를 빼면 쉰 적이 없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태호 PD는 “휴식기나 방학이 아니라 더 높이 뛰기 위한 재정비 기간”이라며 “정규 방송은 몇 주 쉬겠지만 회의와 녹화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무한도전의 정규 방송 중단이 ‘시즌제 도입’의 예고편인지 방송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블채널이나 웹 콘텐츠에서 주로 이뤄지던 ‘시즌제 예능’이 지상파에서도 늘고 있다. SBS는 지난 4일 예능 ‘씬스틸러-드라마전쟁(씬스틸러)’을 시즌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정규 편성 첫 방송을 내보낸 이 프로그램은 오는 30일 설 특집을 끝으로 시즌1 방영을 마친다. 시즌2 방영일은 미정이다.
KBS는 지난해 12월 첫 번째 시즌을 종영한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슬램덩크)’ 시즌2를 내달 중 방영할 예정이다. ‘슬램덩크’ 시즌1은 지난해 4월부터 33회 내보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인석 PD는 “이번엔 전 시즌보다 짧은 회차로 기획했다”며 “이달 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 ‘미래일기’ 지상파 첫 시즌제 예능
지금까지 지상파 예능 시즌제는 두 가지로 나눠 운영됐다. 첫 번째는 서바이벌 형식의 경연 프로그램. 요즘 시즌6을 방영 중인 SBS의 ‘K팝스타’처럼 우승자가 나오면 한 시즌이 끝난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휴방기를 갖고 새 출연자를 모집해야 한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처음부터 방영 일정을 정확히 예정하고 휴식기를 갖는 게 아니어서 시즌제라기보다 사실상 기존 프로그램의 연장판이다. 2013년 큰 인기를 끌어 이듬해 두 번째 시즌을 제작한 MBC ‘아빠 어디가’, 최근 시즌2를 종영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진사)’ 등이 그랬다. ‘진사’ 시즌2는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91회 내보냈다. 이런 체계가 지난해부터 바뀌고 있다. MBC는 지난해 9월 예능 ‘미래일기’ 시즌1을 8부작으로 편성해 내보냈다. 지상파가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MBC에 따르면 지상파 최초의 시즌제 프로그램이다. MBC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늘면서 시청률의 의미가 줄었다”며 “시청률에 연연하는 ‘고무줄 편성’ 대신 시즌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질 높이고 장수 프로 식상함도 극복
방송 제작자들은 “시즌제를 잘 활용하면 프로그램 수준을 확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작 시간에 여유를 두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휴식기는 제작진이 매주 새로운 내용을 내놔야 하는 쳇바퀴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기간이다. 재충전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기획하고, 촬영지 선정 등 준비 과정부터 공을 들일 수 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꾸준히 시즌제 도입을 요구해 온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즌제는 장수 예능의 식상함을 극복하는 방안도 된다. 시즌마다 출연자 조합이나 프로그램의 배경을 달리할 수 있어서다. tvN의 ‘삼시세끼’는 2014년부터 ‘어촌편’과 ‘농촌편’으로 배경을 나눠 총 6개 시즌을 방영했다. 시즌마다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30일 종영한 ‘삼시세끼 어촌편3’은 농촌편에만 출연해 온 이서진을 어촌으로 옮기고, 에릭과 윤균상을 출연진에 새로 합류시켰다. 바뀐 출연진과 함께 프로그램 분위기도 달라져 방영일마다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과 방송 환경 달라 ‘부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에 시즌제는 아직 쉽지 않은 선택이다. 케이블채널과 방송 환경이 달라서다. 지상파에는 재방송 횟수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케이블채널은 예능 휴식기에 이전 시리즈를 계속 재활용해 편성표를 채울 수 있지만, 지상파는 대체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MBC는 ‘무한도전’ 방송 중단 기간에 3주간은 정준하와 권상우의 러시아 여행기를 담은 예능 ‘사십춘기’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나머지 4주 동안엔 무한도전의 ‘레전드 편’을 내보낸다.
이미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을 멈추고 새 기획에 투자하는 것을 큰 위험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시즌제의 장애 요소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이런 분위기에선 신선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대체 콘텐츠가 부족해 기존 인기 프로그램만 계속 우려먹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포맷이나 콘텐츠를 만들려면 기간을 정해놓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즌제 예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케이블채널이나 웹 콘텐츠에서 주로 이뤄지던 ‘시즌제 예능’이 지상파에서도 늘고 있다. SBS는 지난 4일 예능 ‘씬스틸러-드라마전쟁(씬스틸러)’을 시즌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정규 편성 첫 방송을 내보낸 이 프로그램은 오는 30일 설 특집을 끝으로 시즌1 방영을 마친다. 시즌2 방영일은 미정이다.
KBS는 지난해 12월 첫 번째 시즌을 종영한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슬램덩크)’ 시즌2를 내달 중 방영할 예정이다. ‘슬램덩크’ 시즌1은 지난해 4월부터 33회 내보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인석 PD는 “이번엔 전 시즌보다 짧은 회차로 기획했다”며 “이달 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 ‘미래일기’ 지상파 첫 시즌제 예능
지금까지 지상파 예능 시즌제는 두 가지로 나눠 운영됐다. 첫 번째는 서바이벌 형식의 경연 프로그램. 요즘 시즌6을 방영 중인 SBS의 ‘K팝스타’처럼 우승자가 나오면 한 시즌이 끝난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휴방기를 갖고 새 출연자를 모집해야 한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처음부터 방영 일정을 정확히 예정하고 휴식기를 갖는 게 아니어서 시즌제라기보다 사실상 기존 프로그램의 연장판이다. 2013년 큰 인기를 끌어 이듬해 두 번째 시즌을 제작한 MBC ‘아빠 어디가’, 최근 시즌2를 종영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진사)’ 등이 그랬다. ‘진사’ 시즌2는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91회 내보냈다. 이런 체계가 지난해부터 바뀌고 있다. MBC는 지난해 9월 예능 ‘미래일기’ 시즌1을 8부작으로 편성해 내보냈다. 지상파가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MBC에 따르면 지상파 최초의 시즌제 프로그램이다. MBC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늘면서 시청률의 의미가 줄었다”며 “시청률에 연연하는 ‘고무줄 편성’ 대신 시즌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질 높이고 장수 프로 식상함도 극복
방송 제작자들은 “시즌제를 잘 활용하면 프로그램 수준을 확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작 시간에 여유를 두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휴식기는 제작진이 매주 새로운 내용을 내놔야 하는 쳇바퀴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기간이다. 재충전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기획하고, 촬영지 선정 등 준비 과정부터 공을 들일 수 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꾸준히 시즌제 도입을 요구해 온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즌제는 장수 예능의 식상함을 극복하는 방안도 된다. 시즌마다 출연자 조합이나 프로그램의 배경을 달리할 수 있어서다. tvN의 ‘삼시세끼’는 2014년부터 ‘어촌편’과 ‘농촌편’으로 배경을 나눠 총 6개 시즌을 방영했다. 시즌마다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30일 종영한 ‘삼시세끼 어촌편3’은 농촌편에만 출연해 온 이서진을 어촌으로 옮기고, 에릭과 윤균상을 출연진에 새로 합류시켰다. 바뀐 출연진과 함께 프로그램 분위기도 달라져 방영일마다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과 방송 환경 달라 ‘부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에 시즌제는 아직 쉽지 않은 선택이다. 케이블채널과 방송 환경이 달라서다. 지상파에는 재방송 횟수에 엄격한 제한이 있다. 케이블채널은 예능 휴식기에 이전 시리즈를 계속 재활용해 편성표를 채울 수 있지만, 지상파는 대체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MBC는 ‘무한도전’ 방송 중단 기간에 3주간은 정준하와 권상우의 러시아 여행기를 담은 예능 ‘사십춘기’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나머지 4주 동안엔 무한도전의 ‘레전드 편’을 내보낸다.
이미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을 멈추고 새 기획에 투자하는 것을 큰 위험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시즌제의 장애 요소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이런 분위기에선 신선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대체 콘텐츠가 부족해 기존 인기 프로그램만 계속 우려먹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포맷이나 콘텐츠를 만들려면 기간을 정해놓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즌제 예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