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70조원(2015년 기준)의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벼랑 끝에 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에게 대가성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이르면 14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3일 “내일(14일)이나 모레(15일)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혐의는 뇌물·위증죄 등이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과잉수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촛불민심’과 ‘반(反)기업 정서’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 총수를 구속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지적이다. 형사소송법(70조)에 따르면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두 가지다. 이런 우려가 없을 때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한 뒤 기소해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면 된다. 법원 관계자는 “기업인에게 특혜를 줘도 안 되지만 역차별하는 것도 잘못인 만큼 인신구속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전방위 조사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삼성이 야심 차게 추진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마저 차질을 빚는 사태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인수를 발표한 미국의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電裝)업체 하만의 소액주주들은 이날 합병에 반대하는 집단소송을 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수 발표 직전 하만 주가보다 30% 정도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겠다는데도 반대하는 것은 매수가를 더 높이기 위한 압박용”이라며 “곤경에 빠진 삼성의 처지를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하만 인수가 막히면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장사업 진출이 3~5년가량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병일/노경목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