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북한 채권 투자 권유
북한 채권 이그조틱스에서 구입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중국 정부가 손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보유 채권 매각 대금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매입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로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가 증폭되자 비트코인 투자 열기를 식히기 위해 칼을 뺀 셈이다.
신보물 탐사대의 열기도 뜨겁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남극, 그린란드 등 빙하 속에 잠자던 자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그린란드로 가는 투자 여행이 인기다. 증강현실 기술 발전으로 심해에 갇혀 있던 난파선과 자원도 투자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골동품과 예술품 시장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투자 바로미터인 거래량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희소성으로 공급가격 탄력성이 ‘비탄력적’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요가 조금만 증가하더라도 가격 급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 열기는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성이 강한 이색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 경기와 투자자 성향, 자금 흐름의 큰 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세계 경기는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추세다. 이 때문에 투자자 성향이 위험자산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퇴장됐던 돈이 돌고 있다.
이색투자 결과는 새로운 변화의 초기 단계인 ‘그린 슛(green shoot: 초봄에 엄동설한을 뚫고 나오는 새싹)’을 얼마나 빨리 잘 포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하면 본대가 잘 자라서 ‘골든 골(golden goal: 가을에 풍성하게 맺는 열매)’로 연결될 수 있다. 실패하면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돼 낭패를 본다.
이색투자 열기가 확산되면서 북한 돈과 채권 투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투자를 권유한다면 북한 경제가 좋아질 것인가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유엔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시장경제 도입 등과 같은 개혁 조치가 없으면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북한 투자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데 있다. 북한 돈 투자는 화폐교환비율 때문이다. 독일의 예처럼 약세국인 동독이 강세국인 서독에 흡수 통일되면서 화폐교환비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독 화폐를 갖고 있었던 사람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동·서독 통합의 전례를 그대로 남북한에 적용해 보자. 지난 주말 남한 화폐는 달러당 1174원,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8000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남북 통일 이후 화폐교환비율이 ‘1(남한) 대 6.81(북한)’보다 낮게(예 1 대 3) 설정되면 현시점에서 북한 돈에 투자한 사람은 100% 이상 이익을 본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1970년대 후반 서방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전에 발행한 것과 그 후 북한 채권 유동화 목적으로 서방은행이 재발행한 것으로 구분된다. 투자 목적은 북한이 변제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보다 남북 통일 때 찾아올 수 있는 이익 때문이다.
독일도 동·서독 통합 이전의 동독 정부의 채무를 통일 독일 정부의 채무로 간주한 전례가 있다. 북한 채권 가격도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마다 상승세를 보였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액면가 1달러당 북한 채권 가격이 30%까지 급등했다.
북한 채권 가격은 10센트 내외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북한 채권에 투자할 때 수익을 따져보면 액면가 1달러 북한 채권을 현재가 10센트로 사서 앞으로 통일이 돼 통일 한국이 북한 채무를 떠안아 액면가대로 변제한다면 수익률 900%에 달하는 대박이 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변제한 전례는 없다. 북한 채권 투자자도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 채권 투자자와 통일 한국이 공동 분담해 ‘헤어 컷(손실분담)’ 비율을 ‘7 대 3’으로 설정한다면 수익률은 200%로 줄어든다. 북한 채권은 특수채만 취급하는 영국의 금융 중개사인 이그조틱스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짐 로저스 등이 북한 돈과 채권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남북한이 언제 통일될지 모른다.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남북 화폐 간 교환비율이나 북한 채권에 대한 헤어 컷 비율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 불확실하다. 일반인이 투자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