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소 1호' 되는 문형표…이번주엔 김기춘·조윤선 소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르면 16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을 기소하기로 했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다. 특검팀의 ‘구속 1호’인 문 전 장관에게는 ‘기소 1호’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도 붙게 됐다.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문 전 장관을 직권남용과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르면 16일 늦어도 17일까지는 기소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공식 수사 개시일인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해 물증을 확보한 뒤 같은 달 27일 문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하던 중 이튿날 새벽 긴급체포했다. 이어 문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달 31일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는 최장 20일 동안 구속 상태에 둘 수 있다. 이 특검보는 구속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기소를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구속기간 만기가 다가와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의 ‘속전속결’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사 기간이 제한된 특검팀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검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도 안 돼 문 전 장관을 기소키로 함에 따라 일찌감치 수사와 공소유지(재판)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특검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학점 특혜 및 입학 부정 혐의로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와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한 만큼 줄기소가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김경숙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의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이번 주 소환하기로 했다. 이 특검보는 “동시 소환이 아니라 개별 소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2014년부터 문화계 인사 지원 배제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관리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며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